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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病家)
태양이 풀어놓은 고만고만한 햇살 몇 가닥이 열려진 창문 틈에서 줄지어 누워 있다 창으로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흑백 스케치처럼 선이 가는 안개꽃 화병 속에서 흰 손을 꺼내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밖에는 곤두 서 있는 불덩이 아래 한해살이 풀 하반신을 땅속에 고집스레 박고 ,오랫동안 창안으로 빛이 들어온다 그 빛들이 꽃의 몸을 촘촘히 달군다 아웅다웅 정오의 명치끝에 베이는 살갗 안개꽃 한 송이 떨어지려 하는 제 마른 목덜미를 안타깝게 부여 잡고 있다 내 마음 속 낯익은 여인같이 깨어 새파랗게 떨고 있다 갑자기 고열이 오르는 몸뚱아리 살며시 나비 내려앉는다 날개에 묻어나는 땀의 향기 아직까지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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