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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  | |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 책의 제목을 듣고서 나는 저절로 ´어떤 내용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감옥´과 ´사색´이란 두 단어 때문일까? 아니면 ´사색´이라는 약간은 고풍스럽고 멋이 있어 보이는 단어 때문일까? 나는 호기심을 가진 채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통혁당 사건 때문에 무기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20년간이나 있었던 신영복 교수가 감옥으로부터 보내온 편지들의 모음이었다. 나는 그의 글을 보고 감탄했다. 마치 흘러가는 물 속에 꿋꿋이 버티고 있는 바위처럼, 그의 생각은 주체성이 있었고, 그것은 그의 글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의 글은 한결같이, 따뜻한 마음을 내게 전해 주는 것들이었고, 점점 기계화되어 가고 있는 이 삭막한 사회에서 잊혀져간 우리 고유의 정신들을 일깨워 주는 것들이었다.
그가 대전의 감옥에 있었을 때 쓴 글 중 ´두 개의 종소리´라는 글을 보면, 외래 문물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교회의 종소리와 우리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 범종의 소리를 비교하고 있다. 그는 교회종은 높고 연속적인 금속성이고 새벽의 정적을 깨는 틈입자라고 했고, 범종은 나직막한 음성같으며, 적막을 심화시킨다고 했다. 이 두 종소리는 바로, 외래 문물과 우리의 문물이 공존하고 있는 나의 의식 속에 들려오는 두 개의 종소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감옥에 있어서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사물을 깊은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그 물건에 담겨 있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 엿보이는 몇몇 글 중에 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펜과 붓에 관한 글이었다. 그는 펜은 실용과 편의라는 서양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했고, 붓은 동양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제껏 펜과 붓을 써 왔지만, 실용적이고 편리한 펜이 서양의 실용주의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도, 붓 끝의 감촉이, 부드러운 묵향이, 묵을 가는 정적이 동양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그런 풍부한 사고력과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생각들이 부럽다.
또, 그의 글들 중에는 감옥 생활에 대한 글이 몇 있었는데, 짧은 글이면서도 징역사는 사람들의 한을 나타내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나의 가슴을 저미게 하고도 남았다. 1988년 1월, 한 겨울에 쓴 것으로「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 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께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 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눈사람처럼 다리가 없어서 못 걷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다리가 있는데도 걷지 못하는, 좁은 울타리에 구속받는 수인들의 애환을 잘 알 수 있었다. 어딘가에 갇혀서 20년 동안이나 산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런 일일까? 아마도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보다, 매일 똑같은 일과와, 매일 보는 그 딱딱한 네 개의 벽, 그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의 글은 사람들간의 정에 관한 글도 참 많았다. 감옥수들간의 우정, 그것은 우리들이 떠들어대는 우정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것일 것이다. 이 책의 표지에도 실려있는 유명한 한 글귀를 보면,「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하나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감옥에서 살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몸소 체험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마음속을 찡 울리며, 진정한 인간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다시 생각나게 해 주는 글이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내게 물어온다면, 나는 ´한 지식인이 감옥에서 사색한 것들의 모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에서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집필 서기를 보면, ´감옥살이 후에도 그의 변치않은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가 비록 20년이나 옥살이를 하였지만 늙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가 끊임없이 독서하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사색한다면, 설령 겉모습이 바뀐다 해도 사람의 내면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것은 변치 않을 것이다. 나에게도 언제쯤 꽉 짜여진 고등학교 생활에서 벗어나,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한다. 끝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길 싫어하던 나에게, 생각의 중요성을 알려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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