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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규 -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읽고 |  | |
| 누가 물었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초등학교 때 같으면 ´헬렌켈러´, ´슈바이처´, ´유관순´ 등 위인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은 존경하기엔 너무 막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단지 훌륭한 업적을 쌓은 분이라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서진규라는 사람을 가장 존경한다고 하신다. TV에서 그 분의 생애를 보고 큰 감동을 느끼셨다며, 나에게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말씀과 함께 그 분의 생애를 간단하게 말씀해 주셨다.
대체 그 분이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사셨길래 엄마는 그러실까. 나는 그분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분의 책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구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작년 7월에 그녀가 낸 자전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그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총으로 쏴 죽이고 싶을 만큼 복수심을 갖게 했던 폭력 남편과 양녀를 폭행한 두 번째 남편, 그리고 결혼한 이듬해인 76년 남편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들어간 군 생활과 험난했던 미국 생활 등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겨 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표지에 붙은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라는 부제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작가의 인생행로를 말해주는 듯 했다. 서진규는 1948년 가난한 어촌에서 엿장수의 딸로 태어나 어렵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발공장 여공에서부터 골프장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고단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23살 때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식모살이를 떠난 서진규.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대학을 다녔고, 76년 미 육군에 들어가 20년 동안의 군 생활 끝에 소령으로 예편, 현재는 50세가 넘은 나이에 하버드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만학의 길을 걷고 있다.
딸, 여자라는 굴레 속에서 보내야 했던 그녀의 유년 시절,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졌던 불행한 결혼 생활. 하지만 꿈과 강인한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강인한 여성, 서진규는, 내게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나의 인생의 전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화다.˝ ˝불우했던 환경 속에서 이만큼 성공하기까지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반항심과 복수심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멋진 반항아가 되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멋진 반항아´, 아마 나는 이 말 때문에 그녀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항심과 복수심은 화만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안다. 반항심과 복수심만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고, 그것만이 나에게 ´꼭 해야겠다´는 의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점은 딸 성아에 대한 교육이다. 성아는 두 번의 이혼을 했던 그녀의 품에서 어렵게 자란 결손가정의 자녀이다. 하지만 성아는 현재 어머니의 뒤를 따라 ROTC 정교 훈련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대통령상까지 받은 적이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머니인 서진규의 노력이 컸다. 그녀는 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자기 엄마를 닮겠다며 굳이 장교의 길을 선택한 내 딸 성아는 내 삶의 첫번째 증거였다. 동시에 가슴 벅찬 감동인 것도 분명하다. 어렵게 성아를 키운 얘기를 정리한 이번 교육 에세이가 우리 모녀를 자화자찬하려는 것일 순 없다. 한국의 많은 부모님들을 위해 내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다.˝
서진규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또 다른 에세이를 펴냈다. 어렵게 자란 딸, 그렇지만 훌륭하게 자라나 준 딸의 이야기이다. 모녀 사이의 ´릴레이 인간승리´를 담은 ´희망은 또 다른 희망을 낳는다´가 그것이다. 실제로 이번 책은 ´잘 나가는 모녀의 성공담´ 이상의 감동을 준다. 왜일까? 이것 또한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고난 속의 승리를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초등학교 때의 성아는 심각한 언어장애에 꼴찌를 도맡았던 문제아였다.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항상 사람들에게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던 아이였다. 그러나 서진규는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온 딸을 나무라지 않았다. 여느 부모라면 왜 잘하지 못하느냐고 나무랐겠지만 그녀의 고민은 언제나 ´부모인 내가 성아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성아에게 ´공부해라´, ´성공해라´ 대신 ´너의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기회가 날 때마다 일러줬다고 한다. 과연 이렇게 말하는 부모가 우리 사회에서 몇이나 될까. 자녀를 꾸짖고 때려서 올바른 사람으로 만든다면 과연 그 자녀는 얼마 동안이나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서진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무조건 윽박지르면서 교육한다면, 자녀에게 잘못했다는 뉘우침보다는 반항심만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그녀는 성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될 땐, 군대에서 부하들을 다루던 방식을 응용했다. 딸아이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조용히 지적하고,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녀가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가 난 상태에선 절대로 아이를 야단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화가 나면 공격 본능이 나타나서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엎지른 물´은 주어 담지 못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엎지른 물은 물이 아니라 독극물인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자녀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사랑을 주었다. 그녀의 노력으로 딸아이는 문제아에서 ´반듯한 인성구조를 가진 책임질 줄 아는 성인´으로 자라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이는 부모의 작품´ 이라는 것! 서진규는 말한다. 성아는 나의 희망의 증거라고.
˝희망 없이 산다는 일의 막막함을 무엇에 견줄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이다. 나의 삶이 꿈과 용기를 잃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똑같은 일상. 서진규의 말처럼 항상 똑같은 생활 속에서 내가 버텨낼 수 있는 것은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딸, 여자, 아내, 어머니, 이 길은 나도 언젠가는 걸어야 할 길이다. 서진규에게 이 길은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몇 번의 실패와 좌절.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을 설득하고 격려하며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조금은 나태해 있던 내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이제 그는 예전의 그처럼 절망하고 있는 이들과 희망을 저버리려는 이들, 희망 없이 사는 이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어한다. 나도 그녀처럼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은 ´서진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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