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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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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한창 감성이 풍부했던 때 무라카미 하루키를 대하고부터 이다.
비현실적이면서 딴 세상을 이야기하는 듯한 내용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본능적인 내숭(?)으로 외설로 치부해 버리는 것들을 전혀 외설스럽지 않게 만드는 글의 힘..
나의 이런 생각들은 전혀 공인되지도 않는 혜주생각, feeling이다..(내 표현들에 오해가 없길..)
류의 소설을 읽게 된건....
4월을 시작하는 첫 월요일이 다가오기에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 가장 너덜한 표지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집어 들었다..´하루만에 다 읽으리라´는 용감한 생각으로..(다소 분량이 얇기도 했다)
류는 하루키와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루키와 류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일본 순수 문학계의 양대 기수로 군림한 만큼, 각자 상당히 다른 개성을 보이고 있으며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는 ´초전도 나이트크럽´이라는 소설을 쓴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몇 페이지를 읽다가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삼류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그룹섹스, 마약중독으로 가득한 내용..
무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눈을 번뜩이게 했다.
주인공인 류는 미군에게 파티용 여자를 소개하고 마약을 입수해 파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축은 크게 마약중독자 친구들과의 생활과 릴리라는, 류의 섹스파트너이면서 어떤 신비감을 가진 여인과의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마약중독자들이다. 이들은 아주 위태로워 보이며 불안한 존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류는 마약을 하면서 구토증세를 자주 느낀다. 이 구토증세가 아주 적나라게 묘사되기에 나의 지난날의 알콜 과다복용으로 인한 구토증세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그리고 역겨운 기분이 들만한, 그런 광란의 행각들은 세밀한 묘사로 인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모두 사회에 반감을 가진 위태로운 인물들로서, 자기 욕망대로 분출키고 아무 거리낌없이 일탈행위를 한다. 그런 일탈행위를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사회로부터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류가 미국인과의 혼음섹스에서 자신이 단지 인형일 뿐이고 노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 당시 시대상황(1970년대 요코타(橫田) 미군기지 주변을 배경으로 미국의 문화가 당시 젊은이들에게 퍼져나간 모습을 보여준다)으로 봤을때 미국의 힘에 눌려온 일본이라는 사회를 겨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일본이라는 나라가 도약할 무렵 미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제 그런 미국문화 같은 것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류가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팔을 찌르기 전, 릴리에게 ´검은 새´에 대하여 아주 심한 증오감을 나타낸다.
´검은 새´는 마약과 히피문화를 일본 젊은이들의 핏줄 속에 주입해 넣은 미군기지로 대표되는 미국문화인 동시에, 거대한 상실감, 죽음의 그림자, 광폭한 자본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에서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상징하는 것은 기대하는 곳에 이르고자 하는 이의 힘겨운 전언이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들의 본능처럼...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류는 꿈을 꾸듯이 소리 죽여 중얼거린다.
´아파트 앞의 포플러 나무 아래에, 어제 내가 버린 파인애플이 뒹굴고 있다. 젖어 있는 잘린 부분에서는 아직도 향긋한 냄새가 풍기고 있다. 나는 지면에 엎드려 새를 기다렸다. 새가 날아와서 따뜻한 빛이 이곳까지 와 닿으면 길게 뻗은 나의 그림지가 그 회색빛 새와 파인애플을 감싸주겠지..´ 라고.
늘 그렇듯이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머리가 아프다.
이것저것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뒤엉켜 버리기가 일쑤다.
-본문 중에서
가장자리에 피가 묻어 있는 유리 조각은 새벽 공기에 물들어 투명에 가깝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다. 나는 일어서서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 유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 완만한 하얀 곡선을 비추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비치는 그 부드러운 곡선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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