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은 나에게 오묘한 느낌의 무언가를 주는 작품이다. 짙은 안개의 도시 런던에 첫발을 내디뎠을때 느꼈던 스산한 느낌의 무엇과 비슷한...

내가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접했던 것은 런던에서 뮤지컬로 접한 것이었다. 1년 넘게 꼬낏 꼬낏 모은 주머니 돈으로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먼저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내게 런던의 유명한 뮤지컬을 권했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햄버거도 비싸 슈퍼에서 산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난 티켓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나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처음으로 접한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가슴을 후려치는 감동을 준, 그것이었다. 떠듬거리며 영어를 해대던 내게 영어로 노래를 하고 대사를 하는 그 작품은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야 했다. 온통 알 수 없는 노래와 대사속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난 눈물로 자리를 일어섰다. 그 알 수 없는 대사의 힘이 그렇게 큰 것일까.... 그들에 만들어 내는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작품의 스케일이 그렇게 큰 것인가... 사실 그들의 작품은 몇 십년을 해먹은 낡고 낡은 작품이 아니었다. 고풍과 함께 최신의 장비들로 최고의 감동과 장면을 연출해주었다.

그랬었던 작품이기에 잠시 맛본 그 향수에 젖어 그리움을 지니고 있었다. 나의 그리움 탓이었을까 한국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을 하게 되었고, 책과 음악 또한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게 된 책, 오페라의 유령.

그곳에서 접한 내용은 내가 본 뮤지컬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아름다운 영상을 자아냈다. 심지어 난 꿈으로도 오페라의 유령을 꾸었을 정도였으니까. 그 작품이 내게 준 것은 음울한 우울증과 불타는 사랑에의 갈망, 그리움과 알 수 없는 목마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우울하고 음침한 그 작품의 세계를 헤매었고 책을 덮으면서 난 한여름의 열병을 앓은 것처럼 아팠다.

자기가 지닌 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 죽음의 질투와 어둠속에서 헤매인 남자.
그 마음이 너무 가여워 눈물을 흘리는 크리스틴.
진실한 사랑과 그 방법에 어긋남이 많았던 유령의 사랑.
두려움과 공포속에서도 연민을 느끼는 크리스틴.
그리고 그런 크리스틴을 어둠에서 구하고픈 라울.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가면을 쓰고 오페라극장 지하에서 살아야 했던 남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공포와 예술적 장치들이 정교하게 펼쳐지고 섬뜩하지만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난 유령의 어둡고 음울한 사랑을 이해한다. 그의 죽음을 건 질투와 가슴시린 분노를 이해한다. 받아줄 수 없는 사랑, 그러나 두려움과 질투, 분노와 공포가 가득한 그의 사랑법에 어찌 연민이 생기는 것일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을 만들어내면서 온갖 협박과 애걸에도 크리스틴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그는 불쌍한 사람이다. 지독한 사랑은 독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지독한 사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보고 느낀 그때의 뮤지컬과 내가 가지고 있는 넓은 세계로의 갈망과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의 슬픔에 혼자 주체하지 못할 아픔에 남몰래 앓아야 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온갖 두려움과 공포와 사랑과 열망으로 가득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미처 다 울지도 못하고 눈물을 거둬야 했다. 가끔 무엇으로 대표되는 것들이 있다.
비오는 날은 철없던 고교시절 방송부에서 실컷 혼나 눈물을 닦으며, 동기들끼리 노란 장미를 사 주었던 추억의 날들로 대표되는 것처럼...가슴시린 추억을 대표하는 것처럼.... 오페라의 유령은 내게 그랬다. 하나의 완벽한 작품으로가 아닌 나에게 넓은 세상으로의 갈망, 목마름,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의 안타까움, 아쉬움으로 남아 어둡고 음침한 나만의 아픔을 대표하듯... 어느날 내가 걷던 길을 서, 내 지나온 길을 돌아봤을 때, 그것이 나의 아픔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용기와 성공의 삶을 대표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