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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


요즘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이 활성화되면서 예전보다 좋아진 점을 꼽으라면 관객 백만 이백만 드는 큰 영화들뿐만 아니라 이삼십만 정도의 중소형 영화들을 개봉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겐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진다. 스크린 수가 늘어난 만큼 비례해서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작은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나 개봉관 수가 적었던 부산에서는 개봉관에서 접할 수 있는 영화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예전에 군대있을 때로 기억하는데 ´첨밀밀´영화를 볼려고 휴가를 개봉일에 맞춰서 나왔는데 부산서 개봉 안했다. 서울서 있던 시사회 반응이 일반 관개들에게 그다지 좋지 못하자 극장주가 급선회해서 ´첨밀밀´대신 이상한 액션영화가 걸렸던가? 하여간 그때 느꼈던 황당함이란...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가 몇 개월 전에 개봉했었다. 난 남자지만 휴 그랜트란 넘에게 뻑이 가있는 상태다. 여배우들 혹은 여자연예인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그다지 지속적이지 못하지만 이상하게 난 남자배우들에게는 충성(?)을 다한다. 휴 그랜트, 조지클루니, 숀 코네리, 알 파치노 등등... 하여간 휴 그랜트의 미소에 홀려가지고 ´어바웃 어 보이´를 기필코 보리라 맘 먹었었는데 결국은 보지 못했다. 서면 CGV에서만 걸렸었는데 이런 젠장 분명 개봉관에서 상영은 하는데 한 상영관에서 두 영화를 번갈아 돌리고 있었다. 1,3,5회는 A, 2,4,6회는 B 그런 식이었다. 재수없게도 내게 허용된 시간에는 딴 영화가 돌아가고 있었고 난 또 보고 싶은 영화 하나 놓쳐버렸다. 아무리 커피숍이나 극장이 자리장사라지만 그 잘난 장사속이 징그럽다.



그렇게 한 번 생긴 그 이야기에 대한 관심은 책으로라도 해결을 해야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고 또 영화 개봉에 맞춰 원작소설이 발간되었길래 영화 볼 돈으로 그냥 책을 사버렸다. 별 기대없이 그냥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소득없는 책이었다.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의 저작권료로 아무런 직업도 없도 놀고 먹고, 잡지 테스트의 쿨COOL한 정도를 체크하며 자신이 영하보다 쿨한 남자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윌은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찾기 위해 참석한 애 딸린 독신자 모임에서 애어른 마커스와 그의 어머니 피오나를 만나게 된다. 마커스는 흔한 또래들과는 뭐가 달라도 한참 다른, 조지 키웰을 듣고 커트 코베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애쓰는, 12살짜리 꼬마 아이. 그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애인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윌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어린 소년Boy과 어른 소년Boy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말 그대로, 어바웃 어 보이, 다.



윌이 삶에 발붙이지 못하고 그 자신의 말마따나 내일이 오늘과 다르리란 생각도 기대도 없고 그저 새 음반이나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어린애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구속받는 것이 없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간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만큼이나 불완전한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생기는 그 어떤 불협화음도 견디지 못하는 그는 그저 최소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표피적이고 시늉뿐인 관계 속에서 그의 말대로 ˝쿨˝하게 살아간다.
마커스는 특이한 캐릭터의 소년으로 등장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오는 그의 성장통은 그다지 와 닿지 못한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어 그런 탓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 윌 중심으로 글을 읽은 탓이리라.
글은 두 사람의 교류속에 생기는 일들을 챕터별로 두 사람의 시점에서 얘기하며 두 사람이 성장하는 (성장이란 말이 그다지 적절치 않게 느껴지지만 딱히 그 말을 대용할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불완전한 자기를 내보이며 사람들과의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글을 읽는 내내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불안했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난 아직 어른이란 것에 자각이 많이 모자란 편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난 이미 어른이다. 어른으로 살기 위해선 일단 굴종에, 보이지 않는 굴종에 익숙해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보통의 어른이 되기 위해서 현실세계가 신이 아니라 악마로 상징되는 인간의 사적 욕망과 사악함에 지배당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개인적 생존의 요령은 결국 사람을 타락시키면서 또 하나의 기성세대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기에 스스로 어른이 되기 위한 효과적인 적응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엔 없을 것이다.



사실 책은 그런대로 재미있다. 곳곳에 위트가 넘치고 타이밍도 적절하다.
이런 재밌는 책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이런 우중충한 것들이니 나도 참 어른이 되기 싫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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