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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 숲에서 -양현근-
쓸쓸하여라
무작정 치달려온 숲그늘에서
가을 가을 가을 잎새들이 종알거리네

밤새도록 여린 생각들을 덜어내었는데도
무심한 풍경들은 왜 그리 가슴을 찔러대는지
실없는 갈바람은 왜 그리 혼을 빼놓는건지

떡갈나무며, 은행나무며 키작은 배롱나무의 잎잎까지
세상은 사방에서 날라드는 편지들로
저리 부산하다는데

가슴근처의 시퍼런 기다림에 걸려
나는 아직 꿈을 놓지 못하고 쓸쓸하여라

내 젊은 날의 오기들아
아직도 햇푸르기만 한 내 생의 갈참나무 이파리들아

그러므로 그러므로 사는 일이란
목숨길 뜨겁게 데워 어디론가 귀순하는 일이었다고
가슴에 첩첩이 꽃불 켜는 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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