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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어 -곽유화-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온 세상이 하얗게 되었던 날
언 손을 호주머니에서 녹여주던
그는 이제 보이지 않아
눈 쌓인 언덕길에서 미끄럼 태워주며
겨울바람을 멀리 날려 보내버리더니
하얀 눈이 되어 녹아버릴 줄이야
포장마차에서 뜨거운 오뎅 국물을 입으로 호호 불며
따스함을 호주머니에 넣어주더니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흙 속으로 되돌아갈 줄이야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보고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창 밖에 새가 되어 아침을 깨어주던
그는 이제 보이지 않아
비가 내리면 시골 방앗간을 찾아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려주더니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 사라질 줄이야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보릿대 꺾어다 보리피리 불어주더니
보릿대 타는 연기가 되어 하늘로 흩어질 줄이야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물안개 피는 언덕에서 노래를 불러 주던
그는 이제 보이지 않아
아지랑이 꾸물거리는 들판에서
환한 웃음 지어 보이며
봄을 몰고 오더니
안개가 되어 아침 햇살에 녹아버릴 줄이야
매미 우는 느티나무 언덕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갓 퍼온 우물물에 버들잎 띄워 갈증을 가셔주더니
여우비 되어 뜨거운 햇볕에 도망치듯 가버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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