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벽 5시 아킬레처럼-김경린-


아직은
검은 미립자들이 가시지 않는 새까만 아침인데도 사람
들은 순환 현상처럼 45도 경사의 층계를 뛰어오르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더러는 무거운 하중을 못
이기는 사람처럼 호흡을 가다듬는 소리까지 내면서 말
입니다. 굳어진 근육을 풀어 보기라도 하듯 또는 폐활
량을 더하여 실오리 같은 삶의 줄기를 늘리기 위해서인
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나도 그들과 함께 그 층계를 올라 봅니다. 아킬레스처
무거운 발꿈치를 움직이면서 말입니다. 체내의 유기
물을 배설하기 위하여 수분을 시내처럼 흘리면서도 그
렇게 해보는 것입니다. 여인들처럼 다이어트를 하자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하늘 가까운
정상에는 넓은 세계가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제로
써 세척한 것과 같은 맑은 대기층, 바닷속처럼 검푸른
하늘에 아직도 기념패마냥 걸려 있는 반달,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처럼 반짝이는 별들, 나는 그 별을 바라보
며 언젠가 「당신이 진정 바란다면 별이라도 따오지」라
했던 그 말을 상기해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계절풍처럼
가슴을 여는 바람에 지난밤 나의 침실로 찾아왔던 꿈속
의 사랑 따위는 애써 잊어야 한다고 주위를 살펴봅니
니다. 어제까지 세를 지나치게 과시하다 사람을 잃었다는
정치가, 고리 대금 이자의 그늘에서 친우를 분실했다는
사람, 정 때문에 눈물만을 밤새 흘렸다는 이웃들과의
대화가 머무는 언덕에는 적어도 인간들의 존재가 있어
서 더욱 좋습니다.

새벽 5시의 하늘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아직도 깊
이 잠들고 오직 가로등만이 맥박처럼 반짝이는 거리에
친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들을 위
하여 나는 조용히 층계를 내려갑니다. 거기에는 전자
매체와 더불어 하루를 소모해야 하는 아침이 나의 눈앞
에 물결치고 있습니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