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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와 기억처럼 사라져 간 사람들 사이-김경린-


때아닌 가랑비가 망사처럼 가슴을 적시며 잊혀진 사람을
재생케 하던 날

밤새도록
지구를 할퀴기라도 하듯 발을 구르며 낡은 세대는 물러
가야 한다고 목청을 드높이던
사람도

저녁마다 비대해져만 가는 여자의 가슴을 버리고 바다를
건너간 사내의 그림자마저 새벽 바람에 기억처럼, 안개
처럼 사라져 가는 사이
멀리 우산을 쓴 아침이 어깨를 흔들며 다가온다.

(대체 무슨 환희와 기대와 사랑과 또는 체납된 고지서의 채
고장을 가지고 오는 것일까)

돌개바람에 쫓기는 닭처럼 슴도에 젖은 지하철 승강구를
뛰어내릴 때 적선을 바라는 불구의 검은 손과 김밥 한
상자 5백 원을 외치는 아낙네와 요일 표시를 뒤에 바른
일수 놀이의 광고 표지가 즐비한 층계를 다시 뛰어올라
보아도 그리운 사람의 얼굴은 거기 없고 그저 그런
사람뿐인 얼굴들

(태양을 안고 웃는 얼굴로 온다던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줄을 바로 서야 빛을 볼 수 있다는 어느 정치가의 말을
따르기라도 하듯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의 뒷줄에 배암
의 꼬리처럼 다가서야 하는 사이

(아직도 왜 잊혀진 사람은 따라오고 있는지, 가랑비 때문?
아니면 보이지 않는 당신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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