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히말리아의 새-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오백 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의 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해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