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시나무새 / 이옥자


가시나무새 / 이옥자(수필가)


어느 모임에서 ‘일곱송이 수선화’를 부르고,2개월 후에 죽은 50세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다.수척하나 평온한 모습으로,평소와는 달리 온 힘을 다해 열창하던 그녀는 친구들은 모르고 있었으나 그 때 암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죽을 무렵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는 ‘가시나무새’를 생각했다.

50세.당당할 수 있는 여유도,위축될 이유도 없는 나이다.20대의 눈에는 폐기처분 대상이나 70대의 눈에는 신대륙으로 향진할 수도 있는 나이다.그것은 세대 나름의 극단적인 추측이나,현재 우리의 50세는 허허롭고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불혹(不惑)이라는 40대는 미혹(迷惑)으로 허덕였기에 지천명(知天命)의 50이 되어도 하늘의 뜻은 고사하고 자신의 뜻도 헤아릴 수 없다.

‘이 나이에 무서울 게 무엇이냐’는 체념 반 이판사판형,‘이제 무슨 낙이 있겠느냐’는 주눅든 우울증형,‘내 임무는 거의 끝냈으니 이제는 편안하다’는 생활 안주형 - 50대 여자의 모습은 형형색색 다양하다.

50세 여자는 성공을 해도 빛이 바래가는데,성공한 50세 남자는 부와 명예와 성취감으로 내적 충만감을 갖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들은 더 고독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50세는 남녀나 성패에 구별없이 흔들리고 있다.불혹의 나이에 미혹으로 방황했듯이,지천명은 옛말이 무색하다.지난 날은 거짓말 같이 날아가버렸고,다가올 날은 불안할 뿐이다.

그러나 시대는 나이를 숫자의 개념일뿐,정신연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계발하여 고정관념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도 프랑스의 여류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50대에 30세 이상이나 연하인 안드레이와의 사랑을 서양에서나 가능한 예술가의 기행(奇行)으로 화제삼았고,할리우드도 노년의 사랑이라면 헨리 폰다와 제인 헤드워드가 아가페적 사랑을 열연한 ‘황금연못’ 정도였는데,우리나라에서 70대 노년의 사랑과 성(性)을 주제로 남녀관계를 노출시킨 ‘죽어도 좋아’가 영화화 되었다.나이는 숫지상의 관념이라는 신사고를 입증한 것이다.

50세.무턱대고 흔들리기보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시간이다.어떤 사람은 제 2의 케니 지를 꿈꾸며 색소폰을 시작했고,어떤 사람은 ‘아랑훼즈 협주곡’을 위하여 클래식기타를 시작했다.이러한 50세의 모습이 싱그럽고 아름답다.

좌절하고 유린당하기 쉬운 50세,그리고 모든 세대들 - 주눅든 탁음을 덜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눈과 귀와 마음을 한껏 열고 걸어야 한다.


(국민일보 2002.7.8)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