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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학생들의 열정
아줌마 학생들의 열정



올 9월이면 지금 학교에서 근무한 지 1년째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공부에는 때가 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40대를 넘긴 늦깎이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그들은 단순히 학생이 아니다. 10대ㆍ20대 학생은 나의 동생 같고 30대 학생은 언니 같으며 40대ㆍ50대 학생은 친정 엄마 같고 60대 학생은 시어머님 같은 분들이다.



학생 가운데 한 분이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돌아가시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참 죄송해요.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데 너무 못해서. 그래도 계속해서 학교에 나와서 배워도 될까요? 사실은 시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시고 몸도 불편하셔서 두 세 시간 공부하러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랍니다. 그런데 너무 배우고 싶은 마음에 매일 지각하면서도 염치 불구하고 나온답니다. 선생님이 이해 좀 해 주셔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짧게나마 나눈 뒤 가슴속에 무엇인가가 꽉 차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연세 많은 시어머님을 최선을 다해 봉양하는 효부의 마음은 며느리로서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도 했다. 그리고 늦은 나이만큼이나 풍부한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로 하여금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더욱 샘솟게 했다. 그분의 딸도 학교 선생님이라는데 당신 딸처럼 어린 나를 선생님으로서 존중해 주는 그 마음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가끔은 가르치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져 시계를 살짝 보고 시간이 끝나면 바로 교실 문을 나오곤 했던 형편없는 모습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은 그분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앞에 앉은 학생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 가끔은 공부하러 오기 귀찮을 때가 있어요. 그냥 집에서 있고 싶은 거죠. 그런데 선생님 얼굴을 떠올리면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래서 되도록 빠지지 않고 온답니다.” 난 그저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 이런 말이 나왔다.
“선생님!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어떡하면 좋아요.”
“그래요? 그러면 돌아서지 않으면 되지요…” 이렇게 대답하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자꾸만 잊어버린다는 그들의 말이 지겹지 않다. 오히려 정겹다. 우리 엄마가 하는 말 같다. 오늘도 난 그분들의 얼굴을 하나씩 가슴속에 담으며 최선을 다하여 가르치겠노라고 다짐다. 서로의 인생 가운데서 정말 소중한 만남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는 관계가 되도록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열정을 다해 가르칠 것이다.


박은숙 님 / 대전 중구 선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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