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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엄마가 돼요 |  | |
| 나도 엄마가 돼요
유난히 춥던 7년 전 겨울. 여고를 다니던 동생이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왔다.
“언니야, 라면 끓여 먹게 돈 좀 줘.”
얼른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동전 하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둔 저금통을 깨어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언니가 과외비를 아직 못 받아서 지금은 돈이 없어. 과외비 받을 날짜가 지났으니까 늦어도 내일은 꼭 받을 수 있을 거야.”
궁색한 변명을 덧붙이며 두 손 가득 동전을 쏟아주면서 동생과 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나는 우리 집 형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엄마의 돈놀이로 사표를 쓰셔야 했고 엄마는 빚을 갚지 못해 사람들을 피해 사셨다. 학교 선생님을 비롯해 가까운 친구의 엄마에게도 돈을 갚지 못했고 결국 외가에서조차 엄마와의 연락을 끊어 버렸다. 상처투성이의 삶을 사신 아빠가 위암으로 돌아가시자 엄마는 돈을 번다며 떠나셨다.
동생과 나는 서로를 의지하며 둘만의 생활을 시작했다. 겨울이면 연탄가스가 심하게 새어들어 밤새 창문을 열어놓아야 했고, 빨래가 얼까 봐 방안에 물이 흐르는 옷들을 널어 놓고 지냈다. 어렵게 금융기관에 취직이 되었지만, 거기서도 엄마의 존재가 내 삶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내 이름으로 된 빚이 몇 년째 연체 중이었다. 선배들은 내가 발령 받기 전부터 좋지 않은 시각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이도 어린 게 대출을 받고 갚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을 하러 온다니 뻔뻔하다는 얘기들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시 공부를 시작해 공무원이 되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엄마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시부모님께 흠뻑 받으며 살아간다. 동생 또한 어엿한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조금씩이라도 소년소녀 가장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먹는 것 입는 것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다음 달이면 나 역시 엄마가 된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렇게 약속하련다. 아가야,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널 버리고 떠나는 일이 없을 거야.
김명숙 님 / 경북 영주시 풍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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