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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은 알고 있다. |  | |
| 통장은 알고 있다
-詩人김종원-
플라스틱 옷걸이에 걸린 티셔츠처럼
축 처진 몸으로 詩 부분 베스트셀러에 진열되어 있는
몇년의 한이 담긴 내 시집을 보며
지금쯤 입금되었을 인세를 생각하고 있었다
월세로 빠져나가고, 교통카드 값으로 빠져나가고
詩를 쓰며 돌보지 못했던 몸의 병원비로 빠져나가고
다 빠져나가고 남을 몇 만원으로
생명같은 내 시집을 어루만지면서도,
난 오랜만에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詩人이 소주를 마신다는 것은
오래된 징크스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오래된 숙명이라는 것을
내 통장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詩 부분 베스트셀러 옆에 자리 잡은
비소설, 소설 부분의 베스트셀러 진열장에
내 시집을 가만히 올려 넣고 싶었다
詩人은 언제나 가난하다고 말하는 취직한 친구들과
詩를 버리고 소설에 입문한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이 세상에 詩가 가는 길이 없다면
날카로운 詩 한수로, 언젠가
없는 길을 만들어 내겠다며
슬픔을 껴안고 살며
언젠가 이 슬픔도 나의 애첩이 되리라 생각했다
한 발 내디면
기어이,
두 발 뒤로 물러나는 詩를 따라
밤낮없는 유배생활을 하며
새벽 이슬 앞에도 엎드려 통곡하는
내 슬픔을
통장은 알고 있다
-詩人 김종원-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살며 시 쓰며
★김종원 詩人에게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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