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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판자촌에서
그날도 냇물은 제 몫의 길을 만들며 잿더미 속을 기어 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심장처럼 싯펄겋게 그슬린 양철만 모진 햇살에 헉헉대고
무너진 석가래 기둥 사이 흙고양이 빨간 눈으로 펄럭이는 플라스틱
노려보는 사이에도 쓰레기들 떼밀리며 내려오는 도랑물은 도도하다
웃통 드러낸 오십대 사내 냇가에 서서 볼일보는 사이 아이들 버려진
깡통 들여다 보며 입맛 다신다 검붉게 탄 느티나무 휘어진 양철새로
푸른 새싹 보일 때 한 여인 타다남은 장작 긁어 모아 낡은 남비에 밥
을 짓는다 녹슨 양철을 따라 엉금엉금 기어 오르는 연기가 점점 커지
는 듯 하더니 사라지고 서너명의 사내들 알몸으로 냇가에 뛰어들 때
제비 한 마리 판자촌 휘휘 돌아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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