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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길 위에서
슬기엄마, 당신이
마지막으로 떠났 던
용미리 납골당으로 오르는
산허리 굽은 이 길은, 여전히
솔내가 지천으로 향기롭다

산릉(山陵)을 끼고 빽빽히 들어선,
태고적부터 무성했을 솔숲은
내 손 닿았던 당신의 품속같아서
물소리 깨끗하고
새소리 어우러져

아침나절, 당신 만나러
능선을 오르다가
계곡숲 여울자락에 앉아
두 손 가득 퍼 올린 맑은 물에
낮달처럼 흐린색으로 떠오른
당신 얼굴, 오랫동안 보고는

나는 다시 빗물처럼
길 위에 고여 앉아, 하늘 보고
혼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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