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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한 묶음
새벽하늘 가르고 나오던
한개 고고한 음성이,
무색무취 무염무구 순백의 넋이,
바닷가 땅끝마을 저녁노을 만나
울긋불긋 광대옷을 입고
한마당 사당패거리 춤을 추었다

절대 순수에 사로잡히던
한 개 몸부림이,
무한 열정에 빨려들던
한 개 불꽃이,
불멸의 넋이 파열하여
여기 해변의 무덤에 잠들다

그가 놀다 간 장소에는
신의 입술을 닮은
분홍빛 구름만 떠돌뿐,
살아생전 그가 한 일 기억하는 이는
눈물에 얼룩진 비문을 읽기 위해
오늘도 들꽃 한 묶음 바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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