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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수상한 빛을 가지고 있다
그대가 가을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빛의 강 빛의 바다에 풍덩 하고 떨어져
손과 발 허우적 허우적 거리다 빠져 죽으리라
그대가 가을에 두 걸음 내딛는 순간
빛의 숲 빛의 산 울타리에 깊숙히 갇혀
입과 눈으로 고함치고 비명지르다 파묻혀 죽으리라
그대가 가을에 세 걸음 내딛는 순간
사방에 똬리 틀고 목숨 노리고 있는
빛의 이빨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되살릴 수 없는 맹독으로 무장한
저 가을빛이 몸을 푼다
심해와도 같은 저 가을빛이 기지개를 켠다
가을은 수상한 무덤의 빛을 가지고 있다
뜨겁게 토해냈던 여름의 불꽃과
쩍적 갈라지는 겨울의 얼음과

그대가 가을에 네 걸음 내딛는 순간
빛이란 빛을 다 마셔버리고 몸까지 적신
그대가 가을의 강, 가을의 바다가 되리라
그대가 가을에 다섯 걸음 내딛는 순간
빛이란 빛을 다 벗어던지고 빚어내는
그대가 가을의 숲, 가을의 산이 되리라
그대가 가을에 여섯 걸음 내딛는 순간
빛을 더 이상 유혹하지 않길 바란다
그대가 가을의 수상한 빛이 되리라

가을의 빛에 온몸이 물려
중독되어 깊은 상처를 가진 그대가
이제 가을이다 빛의 무덤에서 일어나
다리를 놓고 길을 열어놓는
그대가 이제 가을이다
가을은 수상한 빛을 가지고 있다
가을의 빛은 수상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들어가서 보라 나무에게 꽃에게
열어놓고 보라 마음에게 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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