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만과 편견
어느 책이 하나라도 쉽게 쓰여질 수 있겠느냐마는, 이 책은 깨알같이 쓰여진 후기만 읽더라도 그 기획과 실천의 노고에 감동이 될 정도이다. 이런 버거운 대담을 일개 출판사에서 고생하면서 추진했다는 것과 제목의 따분함과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인문베스트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 인문학계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위로와 함께 작은 희망을 준다.

먼저 한,일을 대표하는 두 학자의 대담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그냥 훑어보고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문에 두 사람은 다행스럽게 밝힌다. 이 대담은 지배한자와 지배당한자로서의 일본인과 한국인의 대표가 아닌, 그런 논리에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고자하는 양국의 두 사람이 만나 나눈 이야기인 것이다. 물론 이 두 사람이 한국인,일본인이라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두 사람 또한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출발한다. 자신들이 베일을 벗겨내고자 하는 국민주의, 국민주의적 역사의 흔적으로부터 그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이 대담은 유효한 것이 된다.

이 대담이 민족,인종,국가,성,계급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 이 다섯가지 개념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배제와 억압이라는 기제로 생성되고 지탱되어오고 있는 ´근대´라는 녀석이 만들어낸 배제,나눔,차별의 다른 이름들일뿐이다. 그리고 ´국민국가´의 완성이라는 과정으로서 규정되는 근대의 역사는 이런 기준(민족,국가,인종,성,계급...)들의 자의적 적용과 그것을 통한 배제와 억압을 통해서 이루어져왔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이 대담을 통해 ´합의독재´라는 개념이 꾸준히 등장한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 개념을 근대 국민국가의 통치 메카니즘에 적용시킨 것인데, 어떤 형태의 독재든(나찌든,스탈린이든) 위로부터의 강제뿐만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현재의 참여민주주의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질적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그 자발적 합의를 위해 배제와 억압이라는 기제를 적절히 활용한다.

아무래도 서문에서도 인정하고 있지만, 임지현 교수는 대담에 좀 더 공격적이고, 주도적이었다. 따라서 대담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임교수의 국민국가 비판 중심으로 흐른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대담이 일방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나오키 교수는 문화연구자로서, 또한 제국경험이 있는 나라 출신의 미국내 소수민족 연구자로서의 관점과 경험을 적절히 제시한다.

두 사람이 인정한바이지만,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상당히 빈약했지만, 그건 두 사람의 대담에서 바랄 수 있는 바는 아니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대담 자체가 나오키 교수가 ´번역´을 통한 대안적 공동체 개념처럼 하나의 대안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실천적,비판적 지성인의 대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즐거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by www.aladdin.co.kr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