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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의 점 |  | |
| ˝레빈, 내가 당신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어떤 존재를 인식할 때 수학은 매우 요긴하다. 수학의 발전 과정에서, 음수가 주목받고 다시 무리수가 존재감 있는 수로 인정받은 것도 세계를 좀더 세밀하고 명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쓴 응용 수학 및 천체 물리학자 제너 레빈도 수학적 관점으로 우주에 접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 우주론자들이 상상하는 우주의 모습은 유한하지만 끝이 없고 조밀하게 연결된 무엇이다. 물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빼고 이 모든 걸 이야기할 순 없다. ´팽창-무한´의 개념은 수학자들에게 매우 우아하면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반면, 물리학자들에게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것이라서 아인슈타인에 와서야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고.
그 결과, 이제는 누구나 우주는 팽창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위상과 기하로 우주가 팽창하는가?´일 테다. 레빈은 ´위상(topology)´과 ´기하´의 관점에서 우주에 접근한다. 우주를 이해하려 애썼던 역대 수학자와 과학자도 어김없이 소개되는데,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는 레빈 또한 그들이 느꼈을 법한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까, 우주에 대한 자신의 사고를 이야기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는데 도대체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외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엔 버터향 같은 달짝지근한 체념이 달라붙는다. 진심으로, 레빈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는다.
솔직히, 이 책은 과학적 탐구심에서 찾아볼 책이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소설책을 읽듯 단지 서로 공감하기 위해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우주는 팽창하나 유한하다는 것을 설명할 길 없는 이 즈음의 물리학자가, 아니면 0의 세계를 더 정치하게 말할 수 없는 수학자가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차르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좀더 편하게 하고 싶어서였는지, 레빈은 서간체로 말을 건넨다. 얼마 전까지도 시공간을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또 이사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레빈의 일상은 과학적 서술이 그렇듯 그것대로 가치 있다. 덕분에 과학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한다. 그래, 지금은 레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다만, 레빈은 우주에 관심에 많아서 이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 그런 것이다. - 최성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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