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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의 건축학 |  | |
| 며칠 전 TV에서 우리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중 그 고장 사람들과 리포터가 땡삐라고 하는 땅벌을 잡는 모습을 보았다. 잘못 건드리면 목숨까지 위태롭다는 그 땅벌을 잡기 위해 위험도 불사한 채, 온 몸을 무장하고 벌집 앞에서 불을 피워 벌들을 유인해서는 연기에 질식하거나 정신을 못차리는 벌들과 벌집에 촘촘히 박혀있는 애벌레를 잡아 그것들을 털어내어 볶아먹으며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는 인간들의 가혹한 횡포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하며 얼마전에 읽은 ´생물의 건축학´이란 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책의 내용 중 벌에 대한 인용 부분이다.
´한 마리의 암벌이 대나무 숲 속 어둑한 곳에 있는 지름이 1㎝나 되는 대나무에다 지상에서 2m 되는 높이에 만들어 놓은 둥지를 보름에 걸쳐 관찰한 내용이 있다.
집 짓기를 하는 벌은 둥지에서 58m 떨어진 하천 부지에 있는 오솔길이 정해진 지점에서 언제나 바싹 마른 흙가루를 긁어서 침으로 이겨 공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흙 공 몇 개의 무게를 재보니 평균 68㎎이었다. 완성된 여덟 개 둥지의 흙 무게는 약 50g이었다. 즉 벌은 흙을 채취하는 곳과 둥지 사이를 줄잡아 750회 왕복하는 셈이며, 채취 장소까지의 60m와 돌아오는 거리, 한번 날아올랐다 내려오는 것 등을 포함해 적어도 한 번에 150m를 나는 것을 계산하면 왕복 210m이므로 흙 공을 만들어 운반하는 데만도 150㎞를 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밖에 애벌레의 먹이 사냥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벌이 둥지를 만드는데 들이는 노동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중노동이다. 그것을 참새벌의 경우 단 한 마리의 암벌이 해내는 것이다. 이렇듯 격심한 ´노동´을 하는 암벌은 이틀에 한 개씩 흙으로 된 둥지를 완성하여 그 속에 알과 먹이를 넣고 봉인하는 작업을 해 나간다.
이렇듯 벌 하나가 자신들의 존속과 번식을 위한 둥지를 틀기 위해 들이는 그 진지한 노고를 생각하면 우리 인간이 어찌, 단지 식도락을 즐기기위해 벌들을 몰살시킬 수 있단 말인가. 결코 공격 목적이 아니라 방어를 목적으로 자신들의 둥지를 짓는 그들을...
그 밖에도 이 책에는 흰개미며, 논병아리, 베짜기 새, 수달, 비버, 두더지, 프레리 독 등, 자연을 이용하여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공법으로 그들만의 쾌적한 둥지 만들기가 소개되어 있으며 또한 까다롭고 도도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하여 치장에 매우 공을 들이는 장식의 달인이라는 수컷 정사조의 집짓기 소개도 재미있다. 대부분의 생물의 동굴은 외형은 허름해보이고 별로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지만 안에는 그들 나름의 과학적인 공법으로 어찌보면 인간 보다도 슬기롭게 그들만의 쾌적하고 실용적인 주거 공간을 잘 구축하고 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삼풍 백화점이 맥없이 무너지던 생각이 났다.허술해보이는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인간이 최신 공법을 이용해 지은 건물보다 훨씬 탄탄하고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하면 인간들은 아직도 그들로부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겸손해져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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