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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  | |
|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니기엔 너무도 게을렀고 골방에 처박혀 책을 보기엔 너무도 발랄했으며 그렇다고 차분하게 음악을 듣기엔 너무도 산만했던´ 작가 김영하의 두 번째 영화 에세이가 나왔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엉뚱하게도 멋진 판소리 한 자락을 감상한 기분이다. 물론 책의 내용이나 문투가 그렇다는게 아니다.(사실 정반대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유창하게 자신의 생각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작가의 모습이, 꼭 능숙한 판소리 창자 같다는 말이다. (그렇다. 그의 문장은 정말로 ´유창´하다.)
´도날드 닭´,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일씨의 그림은 또 어떤가.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가슴에 화살을 맞고 눈물을 흘리며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대사를 남긴다.(표지 그림 참조) 앙코르 와트 사원에서 자신의 마음을 토해내던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저도 모르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의 솜씨란!
그렇다. ´뻔뻔한 소설가와 소심한 만화가의 이상한 만남´이라는 선전문구가 정말 딱이다. 아니, 이상하다기보다 모두에게 참으로 ´행복한 만남´이다. 유연하게 흐름을 타는 김영하의 글솜씨에, 멋지게 추임새를 넣어주는 이우일의 그림 컷들. 서로 더없이 쿵짝이 잘맞는, 판소리 창자와 고수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비영화인이 쓰는 영화 이야기가 대개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영화´보다는 ´이야기´쪽에 방점이 찍힌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영화를 이야기함에 있어, 이 책 정도면 충분히 흡족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4년 남짓 영화 관련글을 써온 작가답게, 그의 시선은 매니아와 일반 관객 사이 어딘가에 걸쳐진다. 그가 천상 ´글쟁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엑소시스트´에 대한 글을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의 공포가 가족 해체가 진행 중이던 미국 중산층의 불안에 기반한 것임을 파악해내는 건, 영화를 좀 보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캐치할 수 있는 맥락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아버지, 어디 계세요?´라는 질문을 끌어내는 건 ´작가 김영하´의 몫이다. ´파인딩 포레스터´를 보고서는 ´소설´은 ´기본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문학양식´이기 때문에 ´신동´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소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 역시 만만치 않음을 눈치챌 수 있다. 성석제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역시나 ´이야기꾼´인 그가 털어놓는 영화에 얽힌 단상들이 썩 유쾌하다. 곁에서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주는 이우일의 그림이 있어 더욱 즐겁다. - 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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