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키친 컨피덴셜
˝엽기적인 요리사들˝
주방의 비밀. 「뉴욕 타임스」베스트셀러로 장기간 랭크된 의 한글 제목이다. 독자들은 정갈하게 차려입은 주방장이 재료 손질에서 세팅, 새 메뉴의 개발, 프랜차이즈까지 차례로 소개할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반대로 이 책은 온갖 은어와 성적 비유, 신체 손상 등으로 얼룩져 있다.

호텔 주방장하면 풍기는 세련되고 고상한 이미지는 이 책에 없다. 코카인과 헤로인에 중독된 채 뜨거운 프라이팬을 맨손으로 휘어잡는 용감무쌍한 부엌 깡패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주방에 대한 환상을 깨고, 억센 말솜씨로 주방에서 벌여지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점심특선은 다 썩어가는 재료에 강렬한 소스를 뿌린 교묘한 음식이라든가, 요리사들의 주방은 새판도를 짜기 위해 격투를 벌이는 중원이나 다름 없다는 것, 망하는 식당증후군의 종류 등등 별의 별 내용을 다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요리사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독사같은 자식들이다. 후끈거리는 열기 속에서 400인분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물집과 칼자국으로 범벅된 손으로 다시 불판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이 독사같은 직업 의식 때문인 것. 이것만 보아도 요리사란 직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가는 저절로 알게 된다.

숨가쁜 요리사의 일과를 추적하는 보뎅의 입은 속사포처럼 빠르고 외설스럽다. 그가 쓰는 은어(대부분이 성적 묘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요리사의 세계에서 직접 가져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현실성 없게 느껴진다면, 그건 소개된 요리들이(또 레스토랑이)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일류 요리사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스테이크 요리 전문가란 점을 상기해 보면 한국의 주방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을 터이다. 그 점에서 요리사의 세계에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순진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냥 재미만으로도 읽을 만한 책이다.) - 최성혜


by www.aladdin.co.kr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