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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생 |  | |
| ˝깨물어 덜 아픈 손가락도 있다.˝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받고 있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반씩 나누어 가짐을 의미한다. 경쟁상대가 없이 커온 첫째들은 둘째보다 반응도 느리고, 투쟁 본능도 없다. 이 책의 주인공 은수 역시 붙임성이 좋은데다 기다려 온 아들로 태어난 동생 음악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범한 가족동화라면, 아마 누나 은수는 동생 음악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후 동화가 마무리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은수와 가족을 쉽게 화해시키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것이 결코 사랑의 공동체가 아님을 이 동화는 과감하게 노출한다. 음악이의 잘못은 웃음으로 넘어가지만, 은수는 매를 맞는다.
부모들도 고백하지 않는가, 첫 아이라 다를 수 밖에 없다느니, 막내라 더 예쁘다느니,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간다느니 깨물어서 덜 아픈 손가락이 있는 법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음악이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은수는 다짐한다. 다시는 부모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이 이야기의 중심 갈등은 은수와 음악이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은수와 부모의 관계에서 유발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너무 예민해서 무심하게 키우려고 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말 변명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은수의 예민함에 대한 가족의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지 않는가.
물론 이야기가 은수의 입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서운하고 상처받은 기억들만 나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수 문제의 핵심은 은수가 여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아픔이 많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상처가 동성인 엄마와 할머니에게 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다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과 매번 비교해서 은수를 비참하게 한 아빠, 은수의 생일을 잊어버리고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는 엄마, 계집애란 이유로 따뜻한 시선 한 번 보내지 않는 할머니, 그리고 그런 어른들을 믿고 누나를 우습게 아는 음악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 은수가 느낀 좌절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동생이 미운 짓을 해도 째려보지 말고, 구박도 하지 말고 대신 칭찬을 해 주겠다는 은수의 마지막 다짐은 별 효과가 없을 듯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온 가족의 암묵적인 비호를 받고 있는 음악이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아서이다. - 류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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