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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
˝나는 가끔 쓰러져도 걸어갈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문학은 죽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소위 대형 작가의 작품은 ´달라진 게 없다´며 예전만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고, 기대를 모았던 젊은 작가들은 ´발전이 없다´는 쓴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개별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활력소가 빠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이 시대에 소설은 낡고 진부한 가치란 말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권지예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녀는 2년생 징크스를 멋지게 깨고 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뱀장어 스튜´보다, 첫 소설집인 <꿈꾸는 마리오네뜨>보다 한결 멋진 모습으로 성큼 다가왔다.

일단 뛰어난 서사적 구성력은 독자를 흠뻑 빨아들인다. 세심한 관찰에서 이끌어낸 상상력 풍부한 이미지로 읽는 이의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는 건 두 번째. 마지막으로, 기름기가 쪽 빠져 섹시한 문장은 펄떡 펄떡 뛰는 인물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생에 대한 지나친 긍정도 부정도 담지 않은 인물들은 선하고 이기적이고 교만하며, 자애로움과 잔인함을 동시에 겸비했고 게다가 지극히 현실적이라 마치 ´나 자신´ 같다.

다양한 분위기와 패턴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점도 매력적이다. ´첫경험´과 ´암담한 과거´를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풋고추´와, 지방 삼류 대학의 자취생 ´나´와 ´미나´를 ´2000년대식 리얼리즘´으로 표현한 후 그를 통해 ´80년대식´ 가슴 저린 사랑을 고백하는 ´설탕´은 다양한 화법이 이야기에 얼마나 큰 생동감을 불어 넣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한 개인의 삶에서 타인들의 삶으로 폭넓어진 시선도 느껴진다.

현실에 얽매인 채 간혹 위악을 부리면서도 건강하게 삶을 향해 내딪는 권지예 소설의 인물처럼 책을 읽고나면 까짓것 뭐 어때, 하는 기분이 된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할지라도, 그 때문에 가끔 ´나쁜짓´을 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계속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생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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