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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타민 F |  | |
| ˝가족의 의미˝
서른일곱, 서른여덟, 혹은 마흔셋. 밤을 새서 술을 마셔도 끄떡없던 젊은날은 가고 모든 것이 시들해지기 시작하는 어중간한 나이의 남자. 밤늦게 귀가했을 때 불이 꺼져있으면 집에 아무 일이 없었구나 안심하며 잠자리에 든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이렇게 마감된다.
아내가 잠시 아픈 사이, 둘만 남은 아버지와 아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같이 길을 걷는데 옆구리는 긴장되고 헛기침만 난다. 저녁 뭘 먹을까 하고 묻지만 아들의 대답은 ´아무거나´. 서로가 무얼 바라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알지 못하는 부자 사이는 남극과 북극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진다. 어느날부터인가 딸의 방문을 함부로 열기가 힘들다. 어쩌면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스며들면서 옛 사랑의 기억이 스물스물 기어오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목표와 의무는 많았지만 꿈은 없었다. 참고 타협하고, 때로는 불평하면서 보잘것 없는 생활을 그럭저럭 이어왔다. 결국엔 부모의 인생을 닮아가는 자신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아, 아버지는 어떻게 이 삶을 견뎌냈던 걸까?
책속의 누군가가 말한대로 ´가정이란 건 모두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가 아니라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족들의 얼굴이 끔찍히 보기 싫어지거나 낯설게 여겨지는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란 인연은 무슨 일이 하나 있었다고 해서 툭 끊어지거나 불편해지는 그런 게 아니다. 가족들의 시끄러운 재잘거림, 자질구레한 툭탁거림이 견딜 수 없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들로 인해 아프고 또 상처입기도 하겠지만, 내가 이 세상을 살수 있게 곁을 지키는 것 역시 그들-가족인 것이다.
늘 신는 신발처럼 편하고 익숙하지만 때로는 성가시고 귀찮게만 여겨지는 가족의 존재. 바로 그 ´가족´을 키워드로 써내려간 단편집이다. 모두 7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30, 40대 평범한 남자가 이야기의 중심 화자이다. 간결하고 담백한 필치로 현대 사회 가족의 내면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썩 괜찮은 소설집으로,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 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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