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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는 21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의 사랑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던, 사랑에 있어서는 미숙아이다. 그나마 몇번의 경험이 있었고 그 때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연애도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을 읽고 난 후에는 더이상 사랑이라는 것에 확신이 가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다. 내가 지금까지 익숙해져 있던 사랑이라는 것은 주인공 쟈코모의 ´유혹하며 즐기는 사랑´(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이라고 하면 어울리겠다.)이었다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식의 사랑은 언제나 빈껍데기의 사랑이라면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의 사랑이었는데 이 책을 투영하여 나의 사랑들을 뒤돌아보니 나의 사랑들이 그러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렇다고 믿고 있던 나의 생각들과 느낌들에 회의가 드는 지금 기분이 우울하다.

볼자노를 떠나는 쟈코모는 앞으로 어떠한 사랑을 하게 될까? 이전까지의 그의 모습과 습관, 태도를 버리고 ´오직-너만을-영원히´ 식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쟈코모에게는 그러한 태도들이 곧 그의 본성이고 그것이 그의 생활력의 원천인데, 과연 바꿀 수 있을런지 의심스럽다.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하면서 내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건 내가 그 상대에게 진실로 충실하지 못해서, 그 사람과 내가 세상에서 영원토록 가치있는 오로지 ´둘´ 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 그러했던 것 같다. ´세상에 여자는 많다.´라는 나의 생각을 이제 좀 바꿀 필요가 있겠다. ´세상에 여자는 많다. 하지만 진실로 서로 행복함과 충만함을 줄 수 있는 여자는 드물다.´ 라고.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은 이 작가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읽어보는 것이었다. 비록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나는 산도르 마라이를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맨꼭대기 도스토예프스키 만큼의 서열에 올려놓고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서 보고 감탄했던 인간에 대한 날카롭고 섬세한 묘사를 ´사랑´에서 또다시 볼 수 있었다. 단언하건대, 파름므 백작과 프란체스카의 몇 페이지에 걸친 장광설-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럭키처럼-은 정말로 인간을 꿰뚫는 예리한 창과 같았다.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없으면 저러한 글은 쓰지 못한다. 특히 프란체스카(작품의 프란체스카는 어린 나이인데, 젊은 나이에 그러한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연륜이 쌓일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의 대사는 압권이다. 읽으면서 숨이 막힐 듯 하였다. 거기다가 조금의 충격(나의 생각을 비판하는 듯한)까지 받아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사람에 대해서 이처럼 날카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는 찾기 쉽지 않다. 산도르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단히 흥미로웠던 것인데, 바로 문체이다. 매우 시적이며 함축적이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의 탐크루즈가 말하는 투의 톡톡튀면서 생략적이고 언중유골식의 어휘에다가 말에 조금의 리듬감까지 있다! 이러한 어투의 소설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도 그러한 식의 도약하는 듯한 대화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데 나의 그러한 취미까지 충분히 만족시켜준 책이었다.

혹시 이 리뷰를 읽는 그대가 오드리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그 영화를 보았고, 그 영화를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산도르 마라이의 소설 <사랑>은 그대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프란체스카의 말투처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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