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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 |
| ˝오이처럼 ´아삭아삭´ 맛있게 씹히는 책.˝
쉽고 재미있고 상쾌하다, 이 책은. 시를 통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장을 펼치면 깔깔깔 웃을 수 있는, 형이상학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지 않아도 쏙쏙 이해가 되는, 유쾌발랄하고 단순명쾌한 즐거운 시집이다.
시인은 앞발을 들고 선 토끼마냥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아, 이세상엔 정말 신기한 것이 많네. 오른쪽으로 15도쯤 기울어진 고개, 그러나 삐딱하지 않은 시선. 어린아이처럼 곧고 직정적인 시어가 머릿속에 콕콕 박힌다.
그녀는 ´대낮에 공원에서 앵무를 본다.´ 흔히 보는 비둘기가 아니라 앵무라는데 주목. ´세상을 마음껏 헤엄치는 인어´를 상상하고, ´낡고 지친 구두만 먹는 곰´이 산다는 숲을 상상한다. 곰국을 끓이다 ´눈물은 뼛속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계란 계단 위를 걷는 아줌마´의 모습은 어떨까 곰곰히 생각한다.
시인은 시시때때로 자기자신을 돌아보며 머리를 쥐어박는다. ´시인이란 삶과 자연 인간과 우주의 진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데´, 왜 자신은 ´비만과 고칠 수 없는 음주벽과 자꾸 애를 먹이는 변비와 그에 따른 피부 트러블이 가장 큰 고민´인 것일까. 하하,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다.
스스로가 최고의 장난감인 어린애인양 그녀는 자신과 사랑하는 남편, 콩나물다듬기 같은 소소한 일상을 물고 빨아 시로 써낸다. 성미정이 선택한 시적 재료는 바로 ´생활´이다. 생활과 동화적이고 독특한 상상력의 조합-수채 색연필로 그린 그림처럼 선명한 느낌이다.
그렇게 시시콜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다가도 ´이것이 시라는데 당신들이 동의하든 안하든 나는 개의치 않겠소´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른에게 할말은 아니지만 아아, 이이는 진짜 귀엽다.
눈을 감으면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상을 차리고 어설프게 김치를 담그고, 밤새도록 띠포리를 손질할 그녀의 모습. 그녀에게 ´생활은 마술이´고, 그런 그녀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너무나 쉽게 옆사람에게 전염된다.
시의 효용이 마음 안에 잠긴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삶에 다른 표정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그녀의 시는 성공적이다. 신선하고 다소 엽기적이며 경쾌한 그녀의 걸음걸음. 사냥꾼처럼 조심스레 뒤를 쫓노라면 우리도 어느새 그녀가 언어로 지은 초록의 숲에 들어서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방금 돋아난 새순처럼 언제나 푸릇한´, 도마뱀 꼬리같은 그녀의 뒤를 밟아보자. - 박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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