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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름다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필자의 ´여는 글´을 꼭 읽어야 한다. 이 글이 왜 굳이 여성적 시선에서 펼쳐지고 있는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는 글´을 읽지 않으면 이 책 읽기의 절반은 실패의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편협한 시선, 혹은 꼬부장한 의도로 읽힐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왜 많은 이들이 그림 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그런 글들을 열심히 찾아 읽게 되는지에 대한 답변이 실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이 알고 싶듯, 나는 그 수많은 그림들이 나를 보는 시선들을 알고 싶었다. (생략) 새로 생긴 남자친구가 얼마나 멋있고, 내게 자상하게 대해주는지를 자랑하고 싶어 커피 값까지 내주면서 친구들을 불러모으듯이, 나는 나를 매혹시키는, 그리고 나를 꼼짝 못하게 하여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간섭하는 그림이란 멋진 애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상향이나 개인적으로 끌리는 매혹의 동기체가 일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각각의 느낌은 감상자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 느낌이 분명 일치하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인 것이다. 또한 그 느낌은 다르지만 각각의 다른 이유로 인해서 그 그림을 손꼽는 일치도 가능하다. 나는 김영숙 아줌마와 그런 일치점을 찾았다.

그림, 화가에 대한 일화와 뒷이야기, 그 그림의 미술학적인 접근과 더불어 필자의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 무리 없이 잘 매치되어 있다. 그렇기에 미술관련 서적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썩 괜찮은 그림 읽기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읽기가 아니라 그림 감상에도 무난히 적용될 것이다. 그건 필자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었다. 강한 자신의 어조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보는 이의 개별적인 다른 감상에 대한 충분한 허용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림은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내가 느낀 느낌도 제대로 된 감상이었구나’, 싶은 인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 그것은 그림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술 서적을 즐겨 찾아 읽는 이에게는 이 책은 다소 싱거울 수 있다는 오점도 있다. 워낙에 유명세를 탄 그림들과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부분은 ´아줌마의 도발적인´ 시선이라는 부제와 ‘여는 글´에서 밝힌 필자의 전제를 인식한다면 굳이 꼬부장한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될 듯싶다. 그러나 이 부분은 분명히 제시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각 그림에 관련된 내용은 그리 긴 편이 아닌데, 그래서였는지 필자는 조금 부족함을 느꼈는가보다. 각 장의 말미에 ´수다 한 조각´이라는 코너를 달아 대화체의 글을 실어놓고 있는데, 그 부분이 오히려 책의 이미지를 감(減)하게 만든다. 뭐랄까, 가르치려고, 혹은 이미 작품에 대한 개별적인 감상이 정립되어 있는 독자에게 필자의 사고를 다소 강요하려는 몸짓으로 읽힌다고 할까. 그런 의도를 부여하고 싶었더라면 부차적인 기교가 아니라 글에서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게 해주었어야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사소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도 조금 더 깊이나 조금 더 전문적인 그림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피해야 할 이유인 셈이다.

도발적인 그림 읽기, 라는 부제는 그림 자체가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 필자의 시선과 필체가 도발적이라는 말이다. 여성,이라는 시선을 굳이 고집하면서 서술된 부분이 그러하고 필자가 기술한 각 장의 제목이 그러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용은 그리 도발적이지 않다(그건 어쩌면 도발, 을 기대한 독자의 욕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또한 지극히 착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것이 아줌마의 힘일 것이다. 그악스럽고 주책 맞은 이미지가 아니라, 정당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그것이 김영숙 아줌마의 힘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림 읽기의 시작을 시도하려는 독자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한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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