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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  | |
| 고매하신 예술 관련 서적을 속풀이 해장국에 비유해는 건 무례한 일일까? 해장국처럼 후련하다고, 건더기도 많아 배까지 부르다고. 어쩐지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표현도 용서해줄 것 같다. 무장해제를 하고 나선건 그녀가 먼저이니까.
박파랑은 까놓고 말한다. ´나는 미술을 모른다!´고. 독자인 나로선 그의 고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겸손을 가장한 채 잘난 척하는 거 아냐? 예술학을 전공한, 시립 미술관 큐레이터라면서?
하지만, 저자가 ´미술을 알수 없어서, 그림을 사랑할 수 없어서´ 힘들어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의 솔직함과 진솔함에 놀라게 된다. 이미 미술계를 떠났으면 모를까, 여전히 그 바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이런 고백을 한다는 건 어느모로 보나 본인에게 득될 리가 없을 터인데! 하지만, 저자 스스로 솔직하기로 작정했기에, 그녀의 또다른 외침은 더욱 당당하게 들린다. ´그래, 나는 그림을 모른다. 그럼 그림을 안다고 잘난 척 하는 당신들은(미술계 인사들) 과연 그림을 아는가????´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저자의 문체 덕분에 안그래도 신랄한 비판들이 더욱 후련하게 다가온다. 아주 쭉쭉 읽힌다. (하긴 속풀이 해장국이 어디 걸리다가 내려가는 거 봤는가. 한방에 쑥 내려가지....) 그러나, ´아우, 시원해 아우, 시원해´ 하면서 읽다보면 어느덧 슬퍼진다. 지적 사기와 서로 봐주기가 판치는 미술계의 현실도 안타깝지만, 미술 바닥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나로서는, 도대체 미술이란게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 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더욱 슬퍼진다. 그림을 모른다고 소리높이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진심이 담긴 책을 낼수가 없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른 나라의 미술계의 현실은 꿈속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나의 꿈은 적극적인 미술 후원가가 되는 것이다. 나의 처지와 경제적 사정을 다 아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웃다가 쓰러질 일이다. 하지만, 미술은 사랑하되 충분한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으며, 인생 길도 미술계 쪽으로 풀리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한 길이다. 미술에게 내 짝사랑을 제대로 고백하는. 그런 나에게 박파랑의 책은 힘을 준다.
빠듯한 예산 가운데도 매년 미술품 구입비를 따로 준비하고, 온가족이 함께 아트페어에서 작은 그림을 고르는 유럽의 중산층 가족들. 사실 거리에 그 흔한 명품 가방들, 그 가방 하나 살 돈으로도 얼마든지 평범한 후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을. 그런 평범한 후원가들도 미술계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저자는 다시 한번 되새겨준다. 이렇게 기분이 든든해질 수가. 맞다, 진정으로 훌륭한 해장국은 속만 후련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이런 포만감도 안겨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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