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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이의 탑 |  | |
| 탑 하나 세우는데 58억년이 걸린다고?!
“이미 알렸다시피 하노이의 탑이 무너진 뒤로 며칠이 지났습니다. 당신의 뛰어난 지혜로 하노이의 탑을 복원할 방법을 찾아내주십시오. 그것이 우리 수학자의 책무입니다.”(P.1) 무너진 탑이 ‘수학자의 책무’라고? 그러고보니 「하노이의 탑」에는 이상한 언어로 적혀진 해법 프로그램이 떡 버티고 있질 않나, 저자 네가미 세이야는 소설하고는 거리가 먼 ‘위상학적 그래프 이론’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자다. 수수께끼의 메일로 시작된 이야기처럼 이 소설은 태생적으로 불가사의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수학이라는 한 마디에 벌써부터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공포를 느낄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허나 지루하고 어려운 수학이라는 편견과 거부반응을 물리치고 잠깐이라도 이 이야기에 혹한다면 더 큰 신비의 세계에 첫 발을 디딘거나 마찬가지다.
하노이의 탑은 진짜 건축물이 아니라 일종의 수학 퍼즐이다. 기둥 세 개 중 하나에 크기가 다른 원판이 2개 이상 있다. 우리는 그 원판을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른 기둥으로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단, 원판은 한번에 하나씩만 움직일 수 있고 작은 원판 위에 큰 원판을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게임의 규칙이 쉬워 아이들의 지능개발용 놀이나 알고리즘 학습 모델로도 널리 이용된다. 하지만 원판의 수가 많아질수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풀어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놀이가 된다.
네가미 세이야는 하노이의 탑과 그 전설을 수학소설이라는 낯선 형식으로 풀어냈다. 1883년 프랑스 수학자 에두아르 루카스는 자신의 책 「수학놀이」에 하노이 탑이라고 불려지게 된 유명한 문제를 소개해놓았다. 하노이의 탑은 천지 창조 때 64개의 금으로 된 원판이 다이아몬드로 된 기둥 세 개중에 끼워져 베르나르의 한 사원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창조주가 사원의 승려에게 그 판을 법칙에 따라 옮기라 하면서 “모든 원판이 옮겨지면 세상은 종말이 올 것이며, 충실한 자는 상을 받을 것이고 불충실한 자는 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것이 하노이의 탑과 관련된 전설이다.
그러나 64개의 원판을 모두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하지만 5849424173.55년, 즉 58억년 하고도 3년이 더 걸린다. 소설 「하노이의 탑」은 수학자와 주변의 연구자들이 하노이의 탑의 해법을 풀어나감과 동시에 원리를 설명하는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소설적 묘미는 여기에 있지 않다. 기존의 진실을 뒤집고 베트남에 전설상의 하노이의 탑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세우는 흥미진진한 전설과 논리야말로 몸통인 것이다. 전설은 64개의 원판이 모두 옮겨지면 그날이 곧 지구 멸망의 날이라고 했지만 수학자인 ‘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날로 봤다. 그는 세 개의 기둥을 ‘물질의 원리’, ‘인간의 원리’, ‘제3의 원리’에 대응시키고 현재는 물질의 원리에서 인간의 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고 풀이했다. 때문에 이 두 가지 원리가 세상에 혼재하지만 인간의 원리로 완전히 이행되면 보다 근본적인 ‘수학적인 원리’인 제3의 원리와 동화되면서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수학의 원리는 언제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이자 우주의 기운과 내통하고 있는 학문이다. 수학의 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한 것을 보고 있자면 -물론 그것마저 정확히 파악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나 정교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신이 만들어낸 자연물 중의 하나 같이 느껴질 정도다. 「하노이의 탑」은 수학의 자연적이고 우주적인 추상성과 엄밀하고 논리적인 과학성을 접목시켜 신비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수수께끼 이메일’로 시작되는 첫 에피소드 안에 등비급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수식이야”하고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수식이 들어 있으면 일찌감치 자기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세계에서 배제해버립니다…하지만 읽지 않는다면 좋고 나쁜 것도 없습니다……”(저자 후기, P.231)
어렵고 딱딱하다고, 구구단만 외울 수 있으면 됐지 다른 건 몰라도 된다고 거부하고 피하지 말라. 누구나 알고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클라인 병도 그것에 내재된 수학을 알기 전까지는 내 삶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모순과 부조리의 형태였다. 수학이나 프로그래밍의 해법을 적어 놓은 교재로 읽든, 순전히 소설로 읽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읽지 않는다면 신비로운 한 세계를 앞에 두고도 과감히 눈을 감아 버리는 거다. 즐길 수 없다면 이 세계는 가차없이 닫힌다.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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