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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인물열전 1 |  | |
| 동양인 탐험가가 쓴 서방견문록
고국을 떠나있는 사람은 오히려 고국에 있을 때보다 고향 생각을 많이 한다. 심해져서 병이 되면 향수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유럽의 한복판에서 밀레의 ‘만종’을 보고는 1960년대 한국의 이발소에 걸렸던 그림을 떠올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는 ‘민가협’의 어머니와 연결시키는 이 사람. 터키의 입국장에서 경찰관들의 무신경함과 무식에 화를 냈다가 비좁은 초소에서 국수를 배달시켜 먹고 있는 모습에 한국의 신문사와 관공서를 떠올리며 금새 살가움을 느끼는 이 사람은 혹시 지독한 향수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유럽인물열전 1」, 「유럽인물열전 2」를 쓴 김현종씨는, 미국의 뿌리이자 오늘날의 중국이 본받고자 애쓰는 유럽을 알아야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유럽 여행을 시작한다. 따라서 여행에서 마주치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끊임없이 우리 나라와 연결시켜 비교 분석하는 이 책은 감상적인 향수병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치밀하게 준비한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가깝다.
1, 2권을 통틀어 글쓴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의 주요 인물 40여명을 탐구한다. 방만해질수도 있는 분량이지만 나름대로의 분석을 첫째, 둘째, 셋째 등으로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인물을 통해 유럽의 어제와 오늘을 펼쳐보이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다.
글쓴이는 유럽의 음식, 지리적 환경, 사람들 등에서 고국의 모습을 투영한다. 아르헨티나의 쇠고기를 통해 한국인의 고생스러웠을 이민기를 끄집어내고,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를 아시아의 화약고 한반도와 비교한다. 르네상스적 지식인 로렌초 데 메디시스를 언급하면서 언제쯤 우리는 그러한 통치자를 가질 수 있을까 부러워하기도 하고 터키 국민의 아버지 케말 파샤와 박정희 대통령을 비교하여 성공과 그 한계를 분석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투영을 통해 들춰내는 것은 대부분 우리 나라의 비극적인 역사다. 그리고 이런 비극적인 역사를 딛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이 책이 끈질기게 골라내는 것은 유럽의 어제와 오늘에서 버릴 것들과 배울 것들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자들보다 더 대담하고 선견지명이 뛰어났던 유럽의 여걸들이다. 남편 앙리 2세의 정부에게 축출될 뻔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프랑스가 자신의 동향인 이탈리아군의 공격을 받자 삼부회에 나가 항전을 호소한 카트린 드 메디치스, 스페인의 통일을 위해 수많은 반대세력을 물리치고 첩보작전 같은 결혼식을 치뤘으며 투자자를 구하고 있던 콜럼버스를 지원해 스페인의 신대륙 진출을 이룬 이사벨 여왕, 재정을 아끼기 위해 황실 소유의 건물을 진흙에서 추출한 황색의 값싼 도료로 칠하게 한 오스트리아 제국의 대표적 계몽군주 마리아 테레지아 등이 그들이다.
역사의 진정한 승자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되게 행동하여 역사적 적합성을 확보한 사람이다. 그는 당대에는 비록 실패하거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역사의 발전과 영광을 이뤄낸다. 유럽의 발전과 영광도 이런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파악하고 인물을 통해 유럽을 해부한 이 책의 방법론은 효과적이고 가치있는 것이라 하겠다.
Tip
이 책은 Tip이라는 장을 따로 두어 곳곳에 재미있는 상식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덤으로 선사한다.
① 고대 그리스 올림픽의 시합 종목은 다섯 가지였다고 하는데, 그 중 달리기는 포도송이를 들고 뛰는 것이 규칙이었다고 한다. 가슴까지 털이 난 청년들이 한 손에 포도송이를 들고 알몸으로 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②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중국에 짜장면이 없듯이 빈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고 한다. 휘핑 크림을 많이 넣은 비엔나 커피는 국적 불명인 것이다.
③ 전유럽 상류층 사회로부터 가장 세련된 왕실로 존경받던 프랑스 왕실은 이탈리아에서 시집온 메디치가의 카트린이 포크를 전하기까지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다고 한다. (윤정윤 phyllis@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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