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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소유한 앵무새 |  | |
| 동물에 대한 예의
앵무새 하면 생각나는 우스개가 있다. 어느 슈퍼마켓 주인이 앵무새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앵무새는 슈퍼마켓을 찾아온 한 손님을 보고 말했다. ˝진짜 못 생겼네˝. 손님은 주인에게 화를 냈고 앵무새는 주인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다. 그러나 다음에 다시 찾아온 손님에게 앵무새는 여지없이 또 한마디를 내던졌다. ˝진짜 못 생겼네.˝ 그날 손님은 가게에서 소란를 피웠고 주인은 드디어 앵무새를 패주었다. 진짜 못생겼는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오기는 있었음이 확실한 그 손님은 다음에 또 다시 그 가게에 들렀다. 그러자 앵무새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말 안해도 알지?˝
이 미적감각이 뛰어나고, 직설적이고, 건방지고, 고집이 세고, 기억력이 좋고, 폭력에 굴하지 않는 저항 정신은 물론 재치까지 갖춘 앵무새는 「나를 소유한 앵무새」의 티코를 연상시킨다. 그는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하여 길게 늘어뜨린 금발의 여성과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의 눈에 예쁘게(?) 보인 사람들은 그가 부리로 해주는 특별 서비스 ´다듬기´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티코의 영역을 침입한 침략자로 간주되어 부리로 쪼이고 만다. 또 티코는 ´싫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망설임이 없는 새이다. 어깨 주변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하고 내려갈 시간도 자기가 정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투정을 부리고, 화가 나면 눈에 불이 번쩍할 정도로 다혈질이다.
그러나 저자인 조안나는 까다로운 티코를 굴복시켜 일방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티코의 행동의 동기를 밝히려 하고 새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조류학 박사이기도 한 그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행실이 나쁘다고 단정하기 쉬운 애완동물에게 합리적이고 인내심 많은 자세로 접근한다. 이를테면 티코가 창틀이나 연필을 쪼고 씹어대는 것은 나무껍질을 벗겨 계속해서 자라는 부리를 갈고 섬유질을 보충하는 야생 앵무새들의 습성으로 이해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수많은 관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티코의 행동에 어느 정도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조류와 동물에 대한 많은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하는데 앵무새는 침팬지나 돌고래와 같은 등급의 정보 처리 능력을 가졌고, 약육강식의 법칙만 있을 것 같은 동물의 세계에서 부모새들은 허약한 새끼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오히려 챙겨서 관리한다는 사실 등이다.
이런 조안나의 노력에 티코는 점차 마음을 열어 남편 마이크와 휘파람 이중창을 하고 텔레비젼도 함께 보면서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간다. 그리고 급기야는 번식기만 되면 포기하지 않고 조안나에게 구애행위를 하기에 이른다. 질투에 눈먼 앵무새와 중년의 유부녀와 그리고 그녀의 남편. 이들의 미묘한 삼각관계는 이 책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부분이다. 특히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조안나가 남편을 방에 홀로 남겨둔 채, 얼마나 티코를 사랑하는지 거듭거듭 말하며 씩씩거리는 티코를 달래 새장에 넣어 주는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열정적이기만 하던 티코는 조안나가 아프자 식음을 전폐하고 그녀를 돌보며 상대를 배려하는 사려깊은 새가 된다.
티코의 이런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동물들은 우리가 쏟은 애정 이상으로 순수한 사랑을 되돌려 준다. 그런 그들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비한가. 저자는 책 곳곳에서 인간이 일삼는 파괴에 대해 언급한다. 지금도 전세계에서는 야생 앵무새를 잡기 위해 덫을 놓고 동료의 고통스런 울음소리를 듣고 모여드는 새들을 잡기 위해 일부러 한 마리의 새를 잡아 날개를 잘라버리고 비명을 지르도록 내버려 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변한 것은 티코 뿐만이 아니다. 조안나가 티코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과학을 초월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 흔들리는 지하철 창 너머로 텅 빈 시선을 던질 때마다 나는 영화 ´아바론´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깊이 공감한다. 가상세계에 들어가 전투를 치르고 가상세계보다 더 가상같은 현실을 지나쳐 집으로 돌아오는 여주인공은 하루에 단 한번 그녀를 맞으며 반기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만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그때서야 세계는 무채색의 차가움을 벗고 제 색깔을 지닌 빛으로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기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품에 안으면 바들바들 떨고, 배변을 가리지 못해 신문지를 말아 때리려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던 강아지에 대한 기억으로 가슴이 따뜻하고 아프게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인간만의 것이 아닌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며 서로 사랑받고 사랑해야할 존재에게 우리는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윤정윤/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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