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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1
율리시즈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삶과 문학을 향한 방대한 추적
˝나는 지금 너무나 궁핍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1파운드조차 줄 수 없네. 왜 친구들을 빈정대나? 돈이 없어서? 아니면 자네가 곤경에 빠졌을 때 그들이 자네와 싸우고 자네 눈을 멍들게 하고 코를 부러뜨렸나? 돈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네. 그렇지만 돌에서 우유를 짜내고 고지에서 벌거숭이로 사는 사람에게 없는 돈을 뺏으려고 하는 것은 무리네.˝(p.286)
20세기의 문제작 율리시스를 쓴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가난과 오만, 그리고 집요함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썼던 1904년 무렵, 친구들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는 언제나 ´나는 지금 잔인한 가난 속에 살고 있네´라는 신세한탄으로 시작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초인 제임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조이스´ 라는 둥의 오만한 서명으로 끝났다. 궁핍한 만큼 자존심도 강했던 조이스는 자신의 채무를 호의로 생각했으며, 친구들은 그것을 자신의 의무로 묵인했다. 어쩌면, 조이스를 더욱 오만하고 우쭐한 인간으로 만들었던 건, 그런 그의 오만을 용인했던 친구들과 조이스의 아버지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주정뱅이에 도박꾼이었으나 장남을 나라 제일의 천재로 여기며 받들었던 조이스의 아버지.

리처드 엘먼이 제임스 조이스의 삶과 문학을 추적하고 또 추적하여 방대한 분량으로 써 내려간 전기 「제임스 조이스-언어의 연금술사」는 전기 문학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의 생애를 다룬 전기 작품 가운데 걸작으로 손꼽히는 저작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문학 연구로 명성을 쌓은 문학 비평가이자 탁월한 전기작가. 그는 제임스 조이스 외에도 오스카 와일드, 예이츠 등의 아일랜드 작가들에 대한 전기를 몇 편 남겼으며, 이 가운데 오스카 와일드의 전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7년 간의 자료조사와 연구를 통해 얻어진 1959년의 초판본 출간 이후 발굴된 상당히 많은 새로운 자료를 보충하여 1982년 제임스 조이스 탄생 백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개정판을 온전히 옮긴 것. 기존의 문학과 언어를 전복시킨 이색적이고 경이로운 인물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에 대한 충실한 탐구와 방대한 자료, 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세계에 대한 해석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조이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조이스에 대한 저자만의 독특한 비평과 엄밀한 전기적 기술이 돋보이는 이 책은 조이스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는 물론 발표되지 않은 편지나 증언 녹취, 이에 대한 빈틈없는 조사, 주변 인물들과의 세심한 인터뷰 등 전기 작품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고증에서부터 작가에 대한 수준 있는 비평적 해석까지 제공한다. 1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차분히 읽어가며 무엇보다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 청년기, 그리고 말년을 아울러 조이스가 맺어나간 인간관계에 관한 상세한 묘사이다. 오늘날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그는, 그러나 존경과 위엄을 갖춘 작가는 아니었다. 평생에 걸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고, 십여 차례가 넘는 안과 수술을 받아야 함에도 술을 끊기는커녕, 종종 술에 취해 거리에서 거미 춤을 추고는 했다. 술과 구걸, 글쓰기, 그리고 흔들리지 않은 오만함이 그에게 20세기의 문제작을 남긴 셈이다.

저자 리처드 엘먼은 평소 자신의 인생을 정사했던 조이스의 ´철저하게 솔직하기´라는 규범에 따라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조이스의 인생 전체에 걸친 방대한 자료와 주제를 망라하고, 그의 삶을 기탄없이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조이스 전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방대한 분량에 기가 질리거나 주눅들지 마시라. 정작 책장 넘어가는 속도는 여느 흥미로운 소설 못지 않다.
(이현희 imago@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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