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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드레 말로 |  | |
| 모험가, 레지스탕스, 투사, 허풍장이, 그리고 또 다른
“(그는) 불량소년들, 포주들, 그리고 보다 분별력 있는 매춘부와의 접촉을 꿈꾸었다. 그는 시인이면서 동시에 무법자가 되고 싶었다. 그의 주머니에 소구경 권총이 들어 불룩한 날들도 있었다. 밤의 거리에 드나드는 이 까다로운 작자들에 대항하여 자신을 보호할 6.35밀리미터 구경의 권총이었다. 새로운 프랑수와 비용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다!”
서부영화에나 나올 법한 위 문장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 앙드레 말로의 젊은 시절이다. 앙드레 말로만큼 극과 극의 인생을 내달렸던 사람이 또 있을까? 젊은 시절 댄디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는 사원의 약탈자이기도 했고 참여작가이기도 했으며 스페인 내란의 투사로 기록되기도 한다. 그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딱 하나 어울리는 게 있긴 하다. 바로, 모험가란 단어다.
레미 코페르의 「앙드레 말로」는 앙드레 말로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설로 꾸민 책이다. 소설로 꾸몄다고는 하지만 과장이나 허구 없이 실제 있었던 일들을 중심에 놓았다. 소설 속에는 젊은 시절 호기를 부리다 총을 맞은 일부터 캄보디아 앙코르 사원에서 문화재를 빼돌리다 검거된 일, 스페인 내전 때의 공중전에서 도르도뉴의 항독 지하운동, 그리고 드골 내각의 공보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시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내 소설 중에서 최고의 소설은 바로 내 삶이다”라는 말은 그냥 괜히 해 본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삶의 규칙이 하나 있었다. ‘진실을 정면에서가 아니라 위에서 바라볼 것’. 아주 높은 곳에다 자신의 이상을 설정해 둔 그였지만 ‘인간의 조건’을 위해 현실과 맞서 싸웠다.
작가이자 기자이며 역사가인 레미 코페르의 무뚝뚝한 문장은 앙드레 말로를 신화 속 인물이 아닌 살아있는 동시대인으로 묘사한다. 말로가 자신의 삶을 온 몸으로 살아왔듯 지은이 역시 말로를 칭송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담담히 묘사한다.
“그의 목은 굵어졌고 거동은 무거워졌다. 가슴에 분노를 품고 인도차이나에서 돌아왔던 그 호리호리한 젊은이의 모습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도 손은 여전히 희고 신경질적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목소리도. 하지만 겉모습들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자신의 전설에 파묻혀 있는 공인된 금자탑, 그것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말로, 모델 없는 말로였다. 그것은 고아 말로였다.”(p.344)
자신만의 삶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던 모험가 말로에게 단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바로 그가 마지막 남긴 문장 “다르게 될 수도 있었을 텐데”의 의미다. 그토록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는 뭔가 또 다른 것을 꿈꿨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모든 모험이 부질없었다는 뜻일까? 아니, 어쩌면 그가 소설 속에 썼던 ‘단지 인간밖에는 되지 못하는 처절한 아픔’을 다시 한번 느꼈던 것일까? 아무도 그 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드레 말로는 2001년 11월 3일, 탄생 1백주년을 맞았다. (김중혁 vonnegut@libro.co.kr/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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