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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후라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 |  | |
| [정춘희/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열 살 된 소녀가장으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유미는 도시락을 안
싸오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끔 못난 담임인 제가 도시락 두 개를 싸와
한 개를 주고는 했지만, 저 또한 게을러 자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못 싸온 날은 빵이라도 사주곤 했는데 그날 따라 어디론가 급하게
나가는 유미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어디 가느냐 물을 새도 없이 유미는
교실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교실 제 책상에서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똑똑´ 하고 누군가 앞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세요?˝
앞문을 열자, 여든이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신 겁니다.
˝저... 유미 할맨데요, 우리 유미를 찾아왔어요. 도시락 주려구요.˝
하시며 손수건에 꼭 싸맨 도시락 하나를 내미셨습니다. 중풍이 걸리셨는지
옷자락 뒤로 숨기신 오른팔과 다리가 몹시 떨리셨습니다. 그런데 이미
유미는 교실을 나간 상황이었지요. 전 너무 당황해, 우선 도시락을 받아
들고 유미가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한참 생기발랄한 아이들 속
에서 유미의 빈자리를 발견한 할머니는 큰일이 나신 듯, 유미가 갈 만한
곳이 없냐고 물으셨습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매점´에 간지도 모르겠
다고 말씀드렸지요.
제가 찾아오겠다고 하자, 할머님은 굳이 함께 가시겠다고 따라 나서셨습
니다. 결국 할머님을 모시고 매점까지 힘든 걸음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도 유미는 없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지요.
준비물 마련에도 급급한 유미에게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에구, 우리 유미가 어디에 갔노. 우리 유미가 어디에 갔노...˝
한없이 한숨만 쉬시는 할머님을 혼자 집으로 가시게 할 수가 없어 5교시
수업을 옆 반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유미네 집으로 함께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할머님이 그러시더군요.
˝우리 유미, 선상님이 아시겠지만, 참 맘이 예뻐요. 이제 열 살 된 게
뭘 안다고, 딴 애기들처럼 뭐 하나 사달란 말을 안 해요. 이 할미를
어찌나 생각하는지, 밥차려주고, 빨래도 해주고 청소 다 할 텐게 오래
오래만 살라고 매일 그러지유.˝
우미 얘기를 하시는 할머님은 연신 눈물 콧물을 닦아내시느라 바쁘셨
습니다. 물론 저도 할머니를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지요.
그렇게 40분쯤 걸어갔을까요? 대문이 모두 잘려나간 허름한 집 앞에
이르자 할머니께서 누추하지만 냉수라도 꼭 마시고 가라시는 겁니다.
어르신의 청을 뿌리칠 수 없어 따라 들어갔습니다.
마루 곳곳에는 유미가 받은 상장이 삐뚤빼뚤 붙어있더군요.
하지만 방안을 여는 순간 할머님과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방안 한 쪽에 예쁘게 차려진 밥상 때문이었지요.
마른 나물 한 접시와, 계란 후라이, 다 식은 콩나물국이 전부인 밥상.
그리고 공책 한 장에 큰 글씨로 가지런히 적은 유미의 편지.
할머니, 오늘은 4교시가 조금 빨리 끝났어요. 할머니가 오늘 아침 내가 한
계란 후라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또 해드리려고 점심시간에 왔어요.
어디 가셨는지 모르지만, 들어오시면 꼭 드세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유미할머니는 몇 번이고 그 편지를 읽으시더니 조용히 상보를 덮으셨습니다.
˝우리 유미 오면 같이 먹어야겠시유. 선상님 어어 우리 우미한테 가보소.˝
[낮은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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