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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운 노숙자 |  | |
| [서세미님]
남편의 사업이 부도 나고 우린 채권자가 고용한 무서운 남자들에게
쫓겨 시골의 작은 댁에 숨어 있었습니다.
친구들 집에 있다 연락 받고 합류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교과서니
제 옷들을 걱정하고 문단속도 제대로 못 한 저는 귀금속,현찰,담가놓은
김장과 쌀 등이 걱정되었습니다. 남편은 그들에게 붙잡혔다가 도망쳐
오고 저 역시 남편 찾아내라는 그들의 협박에 납치되다시피 끌려 나오
느라 문단속도 못한 채 나와야 했던 것입니다. 겨울방학이 막 시작된
것만이 천행이었어요.
겨우 사태가 해결되어 귀가하면서도 우리는 말은 안 했지만 다 엉망
진창으로 도난당한 집꼴을 연상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곱게 닫아놓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화장실까지 말끔히 청소된 집안,
불기가 가시지 않은 온돌,동파되지 않은 수도,잘 빨아져 개켜져 있는
세탁물 등등,장롱의 물건도 전혀 손상이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뒤주의 쌀과 독의 김치,뒤꼍의 연탄 정도만이 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탁위의 편지 한 장...
´고마운 가족에게;겨우내 지내다 갑니다.
한파에 얼어죽을까봐 우연히 이 골목으로 들어오니 한옥대문이
조금 열려 있었습니다.
예전엔 편안히 살았으나 길거리에서 건강을 다 버렸었는데,
이제 몸도 낫고 용기가 생겨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아마도 조상님들이 못난 자식을 거두신 것같습니다.
언제 반드시 축낸 양식과 연탄값을 갚겠습니다.
부디 앞으론 부도 나지 마세요.˝
˝조상님이 돌본 건 우리였어...˝
남편의 눈물 서린 말에 식구 모두 동감이었답니다.
가장 추울 뻔했던 겨울이 우리 식구와 얼굴 모를 노숙자에게 모두
덕이 된 신기한 사건이었습니다
[월간 샘터´행복한 세상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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