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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를 미워한 딸을 용서하세요 |  | |
| 어제도 아빠가 전화하셨죠? 새아빠와 새고모부 댁에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어요.
그 분들은 친 혈육은 아니지만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대해 주셔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많이 받곤 해요. 전 그 분들과 정말 가족이 되고 싶어요.
아빠가 사 준 핸드폰 …. 처음엔 핸드폰이 생겨 마냥 좋았지만 가끔은 아빠와 인연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도구라는 생각에 차라리 없었으면 할 때도 있어요. 아빤 모르시겠지만
엄마는 잘 웃고 농담도 잘하고 낭만적인 분과 재혼하셨어요. 동생과 전 그 분의 아들딸을
오빠, 언니라 부르며 다정하게 지내요.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아빠와 살 때보다
더 행복해요.
아빠가 술 드시고 부엌칼을 휘두르던 악몽의 날들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아빠가 휘두르는
주먹에 아무런 저항 없이 몸을 맡기는 엄마를 감싸다 도리어 맞았을 때, 아픔보다는
그렇게 사는 엄마가 불쌍해 얼마나 울었는지….
사춘기가 지나자 엄마를 그대로 놔둘 수 없었어요. 이혼 서류에 우리 가족의 이름을
써 내려가면서 저는 제가 잘하고 있는 거라고, 이젠 당하지만은 않는 어른이 된 거라고 믿었어요.
화목한 가정이 그리웠던 터라 친딸처럼 잘 안아 주시는 새아빠가 따뜻하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가 된 엄마가 보기 좋았어요.
그런데 아빠만큼 키가 크고 나니 법원에서 헤어진 불쌍한 아빠,
<고향의 봄>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딸의 모습을 좋아하던 아빠 생각이 자꾸 나요.
엄청난 음치였던 아빠와 가족찬양대회에 나갔을 때 노래를 못해도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던 건, 우리 네 식구 서로 어깨동무하고 다정히 노래 부르던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때 1등상으로 슈퍼타이도 받았잖아요. 이제 늙고 작아진 아빠가 불쌍하고
그립지만 아직도 전 아빠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아요. 그런 못된 딸에게 죄스러워만 하는 아빠.
제가 더 커서 아빠가 영영 없어지면 얼마나 후회하고 울지….
이 세상에서 단 한 곳만 찾아가라면 어디로 갈 거냐는 질문에 아빠와 우리 네 식구가 처음
마련했던 동춘마을 아파트라고 말했어요. 처음 내 집, 내 방이 생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요.
가족을 지키지 못한 아빠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아빠 딸이라 그런지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네요.
그리운 아빠, 아빠 곁에 있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저를 용서하세요.
[좋은 생각 /이름 붙이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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