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유관순님에게- |  | |
| 야마나시에이와고등학교(山梨英和高等學校) 2학년
에구치 유키코(江口 由貴子)
나는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당시 당신들에게 우리들 일본인이 행한 잔혹하고 무참한 행위에 대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은 당신의 나라에 오기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수학여행지로 당신의 나라가 결정되었을 때 난 매우 기뻤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부끄럽지만 해외로 가니까, 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하는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번 여행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꿔버린 것은 당신을 알게된 계기이기도 한 사전학습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4세라는, 거의 나와 같은 나이의 당신이 3·1독립운동에서 스스로 사람들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왠지 남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이 여행이 당신이 남긴 역사를 비롯한 수많은 한일간의 역사를 이 눈으로 확인하고, 학문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임을 자각시켜 주었습니다.
당신은 아마 파고다공원에서 우리들과 같은 일본인 고교생들이 당신을 기리며 당신의 노래를 불렀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신의 항일운동을 기념한 조각비를 둘러싸고 노래를 다 부를 때 주위에 있던 한국 할아버지들의 태도와 시선이 따뜻하게 변한 것을 우리들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그들의 차가운 시선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비난을 우리들에게 직접 내던지고 있었지요. 난 무서웠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전쟁의 아픔과 고난을 불러일으키는 당신의 노래를 우리들이 부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우리들이 진정한 역사를 배우려고 한 자세를 전했기 때문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때 처음으로 나는 당신의 나라에 온 것을 실감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 일본 고교생들과 당신의 동생들이 희망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을 기원해본 적이 있었는가요? 당신의 동생들인 이화여고 학생들과의 만남은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내가 친해진 친구는 ´지순´이라는 애였습니다. 그와 얘기를 나누던 때 우연히 독립기념관에 쓰여 있는 이런 글이 생각났습니다.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의 가해자를 비록 용서할 수는 있지만, 그 역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들의 눈에 우리들 일본인은 도대체 어떻게 비쳐져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조금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물론 그 가족들도 너무나 친절하게 나를 대해주어 나의 불안도 금새 사라졌습니다. 헤어질 때 지순이는 나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and I are good friends”.
20세기의 서로의 아픈 역사를 뛰어 넘어 새로운 21세기를 개척해가려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그 애의 말은 헤아릴 수 없는 무게와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학교 때 역사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역사에서 배운다˝
그 말씀은 바른 역사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얻고 생각하고 직시해 가는 것이겠죠. 파고다공원에서의 두려움과 안도감, 지순이와 쌓은 신뢰와 우정은 내가 실제로 한국에서 피부로 느낀 것들입니다. 이것은 결코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며, 당신의 나라에 오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을 이번 수학여행이라는 하나의 여행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역사의 바탕 위에 더 한층 교류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관순님도 내 마음속에서 그 불을 끊임없이 지펴주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2001 한국수학여행감상문·사진콘테스트 감상문부문 특상수상작/한국관광공사]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