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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우리 모자의 대화통로
[김성희님]

훈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나의 자랑은 성훈이었다. 성훈이는 학교 성적도 우수했고, 재능이

여러모로 뛰어났다. 그래서 나는 늘 아들 자랑을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엄마였다. 그 당시 나는 남들이 별스럽다고 할만큼 유난스러운 엄마였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점점 강해

져간 나는 아들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나의 생각을 계속 주입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착하고 대견스러운 아들이 갑자기 가출을 했다. 나의 자랑이고 우리집의 희망인 아들이 중

학교 3학년 때 집을 나간 것이다. 아들의 가출은 우리 가족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해 아

들을 찾았다. 그러나 아들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모범생이 아닌 문제아의 모습이었다. 머리며 옷이

며 신발이며 온통 나에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렇게 착하고 그렇게 대견스럽고 그렇게 자랑스러운 아

들이 이렇게 변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아이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낀 나는 좌절하며 삶의 의욕을 잃고 말았다. 우리 가족의 희망의 불꽃이

사라진 것이다. 아들아이는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오락실에 드나들며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다. 담배를 피

우고 술도 마셨다. 아들의 삐뚤어진 행동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들을 생각만 하면 오로지 죽고 싶은 충

동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이는 나에게 충격적인 말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의 기대가 너무 커서 내가 따라갈

수가 없어요. 엄마 아빠의 기대대로 살고 싶지만 이제는 힘들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나를

그냥 놔주세요. 나는 나이고 싶어요.”

이 한마디를 던지고 아들은 또 집을 나갔다.

아들의 방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나는 더 이상 아들에 대한 기

대감을 가질 수 없었다. 오로지 나날이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연속이었다. 나의 희망은 사라졌다.

날마다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문제를 수습하기 바빴다. 성훈이는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평소 선

생님과도 잘 지내는 아이였는데 그것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 밤거리를 누비는 폭주족이 되었다.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하는 성훈이는 밤거리 아이가 되

어 버렸다. 성훈이를 만나기 위해 나는 밤이슬을 가르며 아이들이 있는 곳마다 찾아 다녀야 했다. 밤거리

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문제아라고 불리우는 아이들 속에 내 아들도 있는 것이다. 밤거

리 아이들을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내 가슴은 숯덩이처럼 새까맣

게 타고 말았다. 다시는 아이를 안보겠다는 남편의 태도는 날 더욱 힘들게 했고, 밤새도록 동생을 기다리

며 안타까워하는 딸은 늘 울먹이며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가족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을 담아 아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아

들의 마음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마음을 아들에게 전하는 것이

었다. 편지는 날마다 아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놔두기도 하고 호주머니에 넣어 두기도 했다. 편지는 언제

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로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엄마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구나. 내 욕심이 너무 과했어. 얼

마나 그동안 힘들었니.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언젠가 네가 나에게 말했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는다고. 너는 잘도 견뎌 주었지.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을 나가고 싶었겠니. 그러

나 이제는 엄마의 만족을 위해 네가 살지 않기를 바란다. 너는 너이기에 너의 삶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를 바란다. 그 삶은 지금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돌아오렴. 너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너

를 사랑하는 엄마가.’

이러한 편지는 아들의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나도 가난해서 배우지 못했던 공부를 시작했다. 열린

문배움터에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엄마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아들도 조금씩 변하여 가

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들도 이제는 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들의 편지는 세상에서 가

장 존경하는 엄마로 시작했다. 우리의 편지가 오고 가면서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을 두 번이나 다녔지만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전문대학에도 갔다. 지금은 군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로 인해 나는 나만의 울타

리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고, 지독한 인생공부도 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아들은 나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긴 소중한 인격체라는 것을…. ▣
[월간 신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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