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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 |  | |
| 미국이냐 중국이냐 21세기 일본의 선택은?
헌팅턴은 1996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문명의 충돌」에서 21세기 국제정치를 상이한 문명간의 대립으로 파악했다. 그는 냉전 후의 세계정치는 문화와 문명의 라인을 따라 재구성되어 가고 있으며, 이 새로운 세계에서, 특히 서구와 그 이외 세계와의 관계에서 분쟁의 주요 원천이 되는 정치적인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은 중국의 대두와 이슬람의 부흥이라고 지적했다. 냉전 후 새로운 국제질서의 균열은 ‘문명의 단층선’을 따라 이루어지며, 그것은 결국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충돌로 모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은 바로 이러한「문명의 충돌」의 동아시아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 제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선택’에 해당하는 내용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 책은「문명의 충돌」의 별쇄 내용, 1998년 12월에 도쿄에서 한 강연(‘21세기 일본의 선택: 세계 정치의 재편성’), 그리고 1999년 3~4월에 <포린 어페어스>지에 게재된 논문(‘고독한 초강대국들’) 들로 구성된 짧은 분량의 책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바라보는 미국 주류적 입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전작에서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헌팅턴은 냉전시대의 세계정치와 현재의 새로운 세계정치의 패턴 사이에는 2개의 커다란 상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냉전시대는 정치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국가간의 협력관계나 적대 관계가 결정되었다면, 현재는 문화 내지 문명이라는 요소에 의해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분류될 수 있다. 둘째 현재의 힘의 구조는 과거의 2극 체제가 아니라 일극-다극체제로 불러야 할 정도로 복잡한 구조이다. 즉, 미국을 정점으로 7~8개의 지역대국과 그 지역대국과 경쟁하는 2인자 지역대국 등 지극히 복잡한 양상을 띤다.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이러한 기본적 인식을 바탕으로 헌팅턴은 일본이 처한 국제정치적 입장을 분석한다. 우선, 일본은 다른 나라와 밀접한 문화적 관계가 없는 독자적인 문명권이라는 분석이 눈에 띈다. 아울러 일본은 계속된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서구화되지 않았으며, 또 혁명을 겪지 않았다. 이런 고립된 문명권으로서 일본의 특성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물질적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외교정책의 수행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힘에 대해서 일본은 애매한 입장에 있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지역의 2인자이지만 북한이나 한국과 비교한다면 지역대국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일본 외교 정책의 최대 과제는 바로 중일관계와 한일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아시아 갈등구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이 책은 미국의 향후 세계전략과 관련한 한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냉전 후에 미국이 특정 지역의 2인자 지역 대국(일본)과 연합해 주요 지역 강대국(중국)의 지배력을 제한함으로써 이익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헌팅턴이 역사적으로 중화문명권에 속했던 일본을 독자적인 문명권의 하나로 분류한 것은 다분히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왜냐하면 일본이 중국이나 한국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문명이라는 분류에 선뜻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팅턴의 이런 인식은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기본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구조로 파악하고, 장차 서구문명의 가장 위협적 요소가 중국과 이슬람이라고 할 때 일본은 그 대립선에서 갈등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즉,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지탱하는 삼각관계, 미국 대 중국, 미국 대 일본, 중국 대 일본의 선 중에서 마지막이 제일 약한 고리가 될 것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은 결국 21세기 일본 외교가 이 둘 중에 하나를 추종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패권이 사그라지기 시작할 때 일본은 중국을 선택(추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전세계를 경악케 한 미국에 대한 테러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물론 동아시아의 경우도 이런 극단적인 대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분쟁의 씨앗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본과 중국이 서로 다른 문명권에 속하기 때문일까. 이슬람과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질적 문명간의 충돌이라는 관념은 때로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를 은폐시키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 일본과 중국에 갈등과 분쟁의 잠재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질적 문명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을 수 없게 하는 침략과 지배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by 리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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