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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 쓰는 법 |  | |
| 출판계 대모의 20년 묵은 그림책 비법서
그림책을 보다 보면 가끔 고질화된 활자 중심의 사고방식에 깜짝 놀라곤 한다. ‘난 지금 그림책을 보는 거야’라고 몇 번씩 되새겨도 늘 줄거리만 후루룩 읽고 마는 것을 보면 활자에 대한 나의 태도는 거의 강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아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글자를 가르치고, 그림책을 보는 아이에게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게 하는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해악인가를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림은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단조롭게, 때로는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때로는 펜촉처럼 날카롭게, 아니 이런 형용사로는 아무리 나열해도 다 설명할 수 없는 수천 수 만 가지의 다채로움으로 아이들을 마술처럼 사로잡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림책 쓰는 법」의 저자 엘렌 로버츠는 그림책을 500여 권이나 만든 베테랑 편집자다. 그 중에는 칼데콧 상, 케이트그린어웨이 상 등 세계 유수의 아동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많다. 좋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들을 총망라하고 있는 이 책은 입소문과 복사본으로 그림책 편집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금과옥조로 그 진가를 인정받은 책이다.
엘렌 로버츠는 그림의 무한한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림은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하고 탐구하게 만든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그림 예찬론자는 아니다. 좋은 글이 없이 그림만 화려한 책은 결코 훌륭한 그림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편집자로서 그녀의 소신이다. 그림책이란 모름지기 글과 그림의 절묘한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한 편의 예술 작품임을 그녀는 내내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을 주선하는 탁월한 안목의 중매꾼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그림은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인도한다. 어린 독자가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글자를 전혀 읽지 못할 때부터 그림의 종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삽화가가 그림책의 주도권을 쥔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점이야말로 말과 시각 연상의 조합이라는 그림책의 특징이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의 막을 여는 감동은 삽화가의 몫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작가의 임무인 것이다.”(P.45)
앞부분에 ‘그림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괄적인 언급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림책 제작 실무에 관한 실무 지침서이다. 기획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에서 시작하여 주인공의 성격 설정, 이야기 구성, 무대 설정, 원고 다듬기, 그리고 가제본 작성과 서체 선정까지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 과정이 담겨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1987년 당시에는 어린이 책에 대한 관심도 낮았을 뿐 아니라, 예로 든 작품들이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다소 실효성이 떨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여전히 그림책 이론서의 고전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유는 비평가의 입장이 아닌, 실무자의 입장에서 쉽고 구체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실린 충고와 조언들은 20여 년간을 그림책과 씨름하며 살아온 저자의 손때 묻은 메모지를 보듯 꼼꼼하기 그지없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림책 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공해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분별하게 쌓여 있는 그림책을 보면서 편집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져야 함을 새삼 느낀다. 비단 편집자뿐 아니라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그림책을 막 만들기 시작한 초보자거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해줄 의무가 있는 부모, 선생님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좋은 그림책도 많이 번역되었고, 국내 그림책 시장의 수준도 크게 달라졌다. 한번 보았던 사람도 그때와는 훨씬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좋은 그림책이며, 좋은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 우리만의 답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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