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  | |
| 장애를 보는 충혈된 시선에 반대한다
팔 다리가 없거나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으면‘병신’, 말을 더듬거나 침을 흘리고 다니면 ‘바보´, 이유 없이 울고 웃거나 기이한 행동을 하면‘미친X’. 장애인들을 이렇게 뭉뚱그려 이름짓고, 그 이름에 비하와 냉소라는 사회적 가치를 덧씌워 단죄했던 우리 사회를 기억하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터무니없이 왜곡되었고, 또 무지했다. 그리고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나쁜’장애인이고 싶다」는 장애인에 대해 무지와 왜곡과 차별이라는 불순물로 가득 찬 눈앞에 장애인의 실체를 정면으로 들이댄다. 《당대비평》에 실렸던 것을 토대로 14명의 필자들이 각각 쓴 글인 만큼 다양한 시각과 강조점의 차이를 갖고 있지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변함없는 주제는 ‘장애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시각과 장애란 타자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의 강조에 있다.
´장애인’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휠체어나 목발을 짚은 지체 장애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은 ‘장애’라는 개념이 매우 사회적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은 범주의 것임을 강조한다. 장애란 심신의 구조적, 기능적 장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활동에서의 모든 불이익, 불편함, 차별 경험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보자. 당신이 근시나 노안으로 생활이 불편하다면, 일주일에 한번씩 투석을 받으러 다녀야 하는 신장병 환자라면,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지 못한다면, 비만, 우울증,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일상이 불편하다면 당신은 장애인이다. 복지국가의 전형인 스웨덴에서는 이민온 외국인과 유모차를 끌고 있는 사람은 모두 장애인이다. 언어 소통의 문제로 겪을 수 있는 불편과 불이익 때문에, 또 아이의 안전을 위해 유모차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불편함’ 때문에 이들은 장애인으로 간주되어 일정한 혜택을 받는다.
이 책은 사회가 그들을 대하는 일련의 태도에 대해 ‘도덕의 파시즘’이라는 말로 비판한다(김형수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사랑과 봉사의 이데올로기로 풀려고 하는 도덕의 폭력 말이다. 이러한 태도는 장애인들로 하여금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늘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사랑과 이해를 받아야 하는 존재, 결국은 우리 사회의 타자(他者)로 만들어 버린다. 김형수는 장애인을 다른 개성을 가진 하나의 ‘차이’로 봐주기를 바란다.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로 못 밖아 놓고 그들의 일상을 함부로 재단하고 침범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과 폭력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일종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
“그래서 나는 착하고 순수해서 사랑 받기 좋아하는 장애인이기를 거부한다. 나는 여자를 꼬드기고 적당히 나쁜 짓을 자행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희생을 받는 것이 아닌 사랑을 쟁취하는 ‘나쁜’ 장애인이고자 한다. 장애는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일구는 인간 승리’로서 패배해야 할 것들이 아니고 살리고 가꾸어야 할 나의 소중한 개성이고 부분이다”(P. 173)
장애인이 지체 장애나 정신 장애만이 아닌, 일상이 불편한 모든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장애를 타자의 문제로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을 마음대로 규정하고, 동전 몇 닢 던져주면 된다는 위험한 도덕적 발상은 더군다나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현대는 누구나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배태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의 89.4%가 후천적이다. 살면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 제거’가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으로 꼽혔다. 편견 제거, 어찌 보면 참으로 초보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이 초보적인 문제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논의한다. 가장 초보적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절실한 문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제 이 화두를 시작으로 새로운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때이다.
by 리브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