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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 파워
1907년 주가 폭락으로 인해 여러 개의 유명 증권사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시작된 미국의 경제공황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진정될 수 있었다. 하늘의 지배자이자 거인 중의 거인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주피터’ J.P. 모건이 바로 그 장본인. 그의 부와 권력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금전에 대한 애착이 모든 악의 근원임을 강조하며 부의 창출을 막는 교회가 일상생활의 중심이었던 천년 전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다.
하워드 민즈의 「머니 & 파워」는 이처럼 부와 권력이 교회를 벗어나 비즈니스로 옮겨온 지난 1천년간의 역사를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추적하고 있다. 일개 상인에 불과하던 코시모 데 메디치가 어떻게 당대 최고의 은행가가 되었는지, 펠리페 2세가 당시 세계 최대의 부국이었던 스페인의 황금을 어떻게 탕진했는지, 그리고 미국의 기라성 같은 비즈니스맨들과 그들이 창조해 낸 것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최초의 비즈니스맨으로 꼽는 인물은 ‘영국의 해적’으로 불리던 고드릭이다. 그는 농민의 자본 축적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시대에 태어났지만 현대적인 재산 축적의 모델이 된, 최초의 자본주의 개척자 중 하나다. 그러나 그는 가치관과 돈 사이의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40세에 이르러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인생을 마감하고, 은둔자로서의 삶을 택했다.

그로부터 4백년 뒤, 코시모 데 메디치는 교황과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고드릭이 안고 있던 가치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걸작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당시 가톨릭계는 이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완고했기 때문에 고리대금업으로 유럽 최대의 금융 왕국을 일궈낸 은행가였던 그는 교황 에우제니우스 4세와 타협하여 수도원 재건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죄를 사면받았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가 돈을 벌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이익을 내면서도 동시에 영혼을 지킬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저자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의 가격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던 것에 대해 ‘해상 무역을 통해 축적된 막대한 부와 더불어, 사람들이 보상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데 익숙해지는 계기가 된 주식시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회전식 증기기관’과 ‘정유산업 지배권 획득’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제임스 와트ㆍ매튜 볼튼과 존 D. 록펠러, 세계가 좁아지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점을 이용하여 코카콜라라는 최초의 전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낸 로버트 우드러프와 거대하고 동질적인 미국의 중산층이 형성되던 시점에서 그들을 위한 잡지를 출판하기 시작한 헨리 루스도 부와 권력을 움직이며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꾼 비즈니스맨으로 꼽는다.

비즈니스를 하려는 인간의 욕구와 이익을 위해 교환하려는 충동, 상업적 판매 수완 등으로 탄생하게 된 ‘비즈니스’는 오늘날에 이르러 기업과 주식시장, 은행, 산업이 연결된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를 움직이며 부를 창출해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불법행위와 비인간적 행위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때로는 무자비하지만 때로는 자선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 거부들. 현대 세계의 형성에 이바지한 엄청난 재산과 권력의 소유자인 이들을 통해‘비즈니스’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서부터 은행업과 증권거래소의 탄생, 산업혁명의 시작과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건설, 자동차의 발명, 광고ㆍ영화ㆍ컴퓨터ㆍ인터넷의 탄생 순간을 감상해보자


by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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