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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식사
하루 동안 먹은 음식과 그 양을 적는 식생활 일기장을 일 주일 정도 써 본 적이 있다. 한 번도 살이 쪄본 적이 없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체중계 바늘 움직이는 걸 못 본, 한 마디로 복받은 체질의 본인이지만 얼마 전 줄자로 허리 사이즈를 재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식생활 일기장을 들춰보고 나의 식단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게 됐던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어쩌다 청춘을 보낸 지인들과 만나도 이젠 건강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고기의 지방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 성인이 되면 유제품을 소화할 효소가 없어져서 우유는 사실상 완벽한 영양원이 아니다 등등. 각종 건강 프로그램들의 박사들에게, 스포츠센터의 강사들에게, 할인마트의 아줌마들에게 주워들은 얘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건강은 곧 채식이다는 결론에 다다르면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거 불편해서 어디 하겠어? 내 미식생활의 기쁨 절반 이상이 줄어들텐데, 고기 말고 먹을 게 뭐 있냐!
이런 대화를 한 번이라도 나눠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채식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에릭 마르쿠스의 「자연을 닮은 식사」를 권한다. 먼저 저자는 육식중심의 식사가 초래하는 건강의 문제를 예로 들어 채식주의의 장점을 든다. 치아는 한 번 썩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지만 심장은 관리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협심증으로 두 번이나 생과 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일흔의 노인 워너는 오니쉬 박사가 고안한 채식 프로그램으로 일년 후 콜레스테롤 치수를 320에서 145로 떨어뜨렸고 약도 완전히 끊었다. 이처럼 우리는 채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암을 이겨냈다는 보고들도 종종 들어왔다.

이런 기적적인 사례들 때문에 의심 많은 현대인들, 자기만의 보양식품과 민간요법을 믿고 있는 우리들이 채식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수술도 뒤로 미룬 채, 약도 중단하고 식이요법과 식생활 변화로 기적을 바라는 것은 너무 과격한 발상이라고 한다. 볼품없고 맛없고 싫증나기 쉬운 식단인 채식은 먹는 기쁨을 앗아가는 가혹한 방법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흔 두 살에 먹기 시작한 심장약을 남은 평생 먹어야 될 거라는 우울한 진단을 받고 완전채식주의자가 된 미겔은 반박한다. 심장을 가르고 허벅지 혈관을 심장에 이식하는 게 콩과 야채를 먹는 것보다 더 과격한 거냐고, 25년 간 미식가이자 요리사였던 자신의 체험으로 장담하건대 채식은 얼마든지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사’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채식주의자들은 기존의 교리나 신념에 의해 자신의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과는 다르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채식으로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적정 체중에서 23킬로그램이 더 나가는 루쓰 패이네는 하와이에서 휴가 도중 테리 신타니 박사의 강연을 듣게 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공기, 물을 많이 먹어서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아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독 음식만큼은 그렇게 된다.

“물과 공기에 대한 욕구는 완벽하게 조절하면서, 음식은 어떤 이유로 조절이 안 되는 겁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욕도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겁니다.”(P.80)

다이어트에 고심한 사람이라면 이 말에 동의를 넘어선 감동을 받을 것이다. 비만은 온갖 성인병의 온상이자 건강의 최대 적이다. 체다 치즈 0.64킬로그램에는 복숭아 7.53킬로그램과 똑같이 2천 5백 칼로리가 들어있다. 자,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분명해진다. 다만 어려울 뿐이지. 그러나 우리는 산티니 박사의 말처럼 “바꾸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일지도 모른다.

「자연을 닮은 식사」는 건강에서부터 동물윤리, 지구 환경과 기아 문제까지 우리가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를 과학적인 근거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유제품의 실체와 광우병, 보스톤 부부의 안전농장과 돼지와 닭, 소의 사육 문제와 도살장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양심에 기준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인 문제이기도 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래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 길러지는 가축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육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방방 뛰며 고함을 지를 이유가 없다.

날로 인구가 증가하는 지구에서 육식중심의 식량 공급체계는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땅은 이미 피폐해졌으며 수질 오염과 목초지의 사막화로 나타나는 대규모 소 방목의 심각함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중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온 바다. 세계 곡물의 약 38%가 가축사료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양이면 4억 명의 채식인들을 먹일 수 있다. 이 곡식이 정작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가축들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다. 꼭 기아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이토록 지구 자원을 낭비하지 말아야 될 이유는 많다.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류의 숫자와 연차는 정해져 있기에. 이쯤되면 단순히 ‘건강’에 방점이 찍혀져 이야기되던 채식주의에 보다 열린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축산업자에서 국제채식협회 회장으로 돌연 변신한 「성난 카우보이」의 저자, 하워드 리만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지구를 살리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첫걸음’인 책이라 했다. 과연 옳은 말이다. 끄덕끄덕.

이 책의 위력은 대단하다. 당장 오늘의 밥상을 반성하게 하고 먹는 행위를 통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더 나아가 육식중심의 현대 문명을 비판하게 만든다. 결국 어떻게 먹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노력이 언제나 질기지 않다는 데 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실천하기가 힘들다는 거, 나쁘다는 건 알겠는데 그 경각심이 금방 사그라든다는 것. 사실상 채식주의는 100% 채식을 하는 완전채식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끼에 육류와 야채의 비율이 80대 20이어도 된다. 채식을 지구 환경의 문제와 생명 전체에 대한 존중, 인류에 대한 책임과 연결시키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인간은 가끔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고기를 많이 먹도록 설계되지는 않았습니다.” 라는 말을 인정하고 인간이 먹이사슬에서 아래로, 즉 곡식과 채소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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