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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카서스의백묵원외 |  | |
| ˝아노미anomie˝라는 말이 있다. ˝규범 부재˝ 또는 ˝부적응˝ 등으로 번역된다.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는 무질서와 모순됨의 연속으로 작품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무질서와 모순성이 작품을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그리 참신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 희곡에서 여타 흔한 이야기와 다른 점은 서장(序場)의 존재이다. 서장에서 ˝갈린스크˝ 농장과 ˝로자 룩셈부르크˝ 농장의 전후 회의 장면을 삽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작품이 완성된 해가 1944년이라는 것은 2차 세계대전과도 연관을 갖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갈린스크 농장의 일부를 떼어 로자 룩셈부르크 농장으로 주는 것은 일견 모순되어 보인다. 때문에 ˝우측 노인˝은 그 부분에 있어 회의적이다. 그러나 그의 의견과는 어느 정도 동떨어져서 그 청사진을 실행하기로 합의를 보고 ˝로자 룩셈부르크˝는 가수를 초청해 극을 하나 보여준다. 유명한 ˝하얀 동그라미 재판˝은 이 극 안에 등장하는 것이다. ˝하얀 동그라미 재판˝의 집행관인 아츠닥은 모순된 재판관이었다. 그가 재판관이 된 과정조차 희화화되어 있으며, 그가 집행하는 법 또한 괴이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모순성, 아노미 상태이다. 때마침 그루쉐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녀는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의 재판을 아츠닥이 맡게 된다. 아츠닥은 한 가지 재미있는 판결 방법을 선택한다. 하얀 동그라미 안에 아기를 놓고 그 아기를 끌어당겨 먼저 안는 사람이 이기는 판결 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방법을 가지고 아이의 엄마를 찾는다는 것은 현대의 재판정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이런 판결의 방식도 결국 아츠닥의 모순성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츠닥은 솔로몬 왕과 같이 그루쉐의 손을 높여주고 그를 엄마로 인정한다. 또, 농부 둘의 이혼 소송을 판결하다가 결국 그루쉐와 사내가 이혼하게 되는 것도 모순적인 이야기이지만, 시몬이나 그루쉐를 위하여 그것이 가장 필요한 도움일 수도 있었다. 아츠닥의 모든 판결은 일견 보기에는 다 모순되어 보이지만, 실은 그 판결들이야말로 아이의 엄마를 찾는데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판가름의 열쇄가 된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의 진정성이 바로 이 희곡의 주제였던 것이다. 서장의 내용이 상징하고 있는 2차 대전후의 사회주의 재건도 ˝일견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루쉐와 시몬에게처럼 옳고 합당한 결과가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작품에서의 아노미, 규범 부재 상태는 작가가 일부러 교묘히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 아노미 상태의 아츠닥의 판결이 실제로는 하나의 정의를 구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법관시절은 / 짧았지만 거의 그 나름대로 구현한 / 정의의 황금 시절로 / 오랫동안 기억하였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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