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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의유령들
왜 근대성인가. 우리는 자율에 의해서든, 강제에 의해서든 근대화로 접어들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 삶의 토대는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는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었으므로, 서구의 근대성과 우리의 근대성사이에는 어떠한 공백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근대화의 도정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근대화가 사회적 약자의 무조건적인 인내를 담보로 진행된, 파행적인 형태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근대성의 인식과 이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판타지 양식의 Diaspora(유랑 의식)은, 그러한 성찰적 행위를 가능케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영은 식민지적 근대성과 영화적 특정성과의 관계를 통하여 환타스틱 한국 영화를 재조명한다. 공포영화는 근대적 ´보기´의 대표적 장치라 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바로 그 ´보기´를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블로흐가 말한 ´비동시적 동시성´을 진단할 수 있다. 즉, 공포영화는 역사성과 시각체제 그리고 주체의 문제들을 비동시성이라는 개념틀로 문제화시키는 텍스트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김소영은 <대괴수 용가리>(1967)을 분단상황과 남성성의 불안이 잉태한 괴수로 보고 있으며, <조용한 가족>(1998)을 국가 주도의 강제된 근대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떠도는, 혹은 해소를 기다리는 전근대적 망령들의 이야기로 규정한다. 또한 그녀는<여고 괴담>(1998) 속에서 식민화 프로젝트인 일본적 근대성이 내포한 폭력과,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와 그에 따른 서로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을 느끼는 한편, 그 속에서 작용하는 이미지에 주목한다. 환타지 영화에 드러난 근대성의 문제에 있어서, 김소영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근대화 프로젝트에서 주변화된 여자´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한국 여성의 성애는 필연적으로 한국 역사와 사회의 구성물이라는 점에서 femme fetale, 즉 요부형 여자들이 등장하는 김기영의 영화들은 6,70년대 중산층 가정 질서를 위협하는 괴물들로 그 당시의 주변적 여성들이 지목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의 영화 <하녀>는 여성 성애와 계급 상승의 억압으로부터 탄생한 일종의 혼종 괴물이다.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는 개념을 전유한다면, <하녀>는 자신의 육체를 계급 상승을 위해 이용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괴물스러운 여성을 창조해낸 것처럼 보이는 1960년대의 한국 사회의 불안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과도한 폭력들은 ´무의식의 귀환´이라는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생성해 낸 것이 아니라, 쫓겨나거나 은폐되었던 것들이 말 그대로 ´돌아온 것´이다. 환타지 양식은 근대적 일상 생활이 거부하는 것들, 그렇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하여 환타지 장르가 가지는 주저함과 망설임은 ´부르주아 취향 인텔리겐챠의 무의지를 합리화´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근대성의 획일성과 독백주의에 대한 고발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즉, 망설임은 합리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이 사회는 통일적인 것으로, 인간의 이성은 세계의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근대의 지적이고도 제도적인 폭력의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적´이 승리를 계속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리고 기형적인 근대화로 인하여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가 단지 신파극을 통하여 ´울음을 짜 낼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가졌으며, 지금까지도 그들이 자신의 욕망을 자유롭게 분출하지 못하고 종속적인 위치에 서 있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by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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