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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가시고기사랑 16년
눈물의 가시고기사랑 16년…자폐아들 바로세워 수영왕 꿈키워


‘가시고기’ 사랑으로 자폐증 아들 진호(17·수원북중3)를 지켜온 김기복(44·의사) 유현경(42)씨 부부의 열여섯해 삶은 ‘고통-눈물-절망-희망’으로 점철됐다. 아들이 자폐아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하필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주셨는가”라며 자살까지 생각했던 김씨는 이젠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 하나님의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인다.

이들 부부는 2년 전인 2001년 5월 자폐증으로 고생해온 진호가 전국 규모 장애인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던 감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진호를 이처럼 당당한 인격체로 키우기 위한 김씨 부부의 헌신적인 ‘자폐증 치료기’는 16년 전인 1988년 시작된다.

당시 두 살이던 진호가 한 가지 행동에 지나치게 몰입한다 싶어 서울대병원을 찾은 결과 발달장애 2급인 자폐증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막 재롱을 부리기 시작한 아들이 자폐증 환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너무나 막막해 자살을 생각하고 11층 아파트 베란다에 섰던 적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6개월간의 죽음보다 더욱 힘든 방황 끝에 김씨는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고,그로부터 가시고기 아빠의 16년 희생은 시작됐다. 김씨는 “의사인 자신조차 치료할 수 없는 병명 앞에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회상했다.

우선 김씨 부부는 둘째아이 갖는 것을 포기하고 진호 치료에만 매달렸다. 유치원 5곳,치료기관 2곳을 전전한 끝에 94년 진호를 장애아 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진호는 한달여 만에 학교를 떠나야 했다. 수업 중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자 학교측이 휴학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진호를 데리고 학교 문을 나선 그날 밤 김씨 부부는 눈물로 밤을 지샜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굴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장애아와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중앙기독초등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눈물겨운 도전을 시작했다. ‘입학을 허가할테니 편식을 고쳐오라’는 학교측 요청에 따라 2개월 동안 ‘아들 편식 고치기 특급작전’에 들어갔다.

어머니 유씨는 진호를 데리고 인근 산에 올라가 김치와 멸치볶음 반찬으로 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보통사람에게는 간단한 일도 유씨와 진호에겐 고역이었다. 눈물을 삼키며 모질게 아들을 몰아세웠던 유씨의 노력에 감복했던지 진호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유씨는 “진호의 결벽증을 고치기 위해 함께 옷을 벗은 채 양념통닭의 양념을 서로 몸에 묻히며 먹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진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1999년 교내 수영반에 넣은 뒤 수영복 갈아입기부터 친구들과 함께 줄서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가르쳤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수영 실력이 부쩍 향상된 진호는 1학년 때인 2001년 5월 전국장애인체전 자유형 50뻍와 100뻍에서 우승을 한데 이어 2002년 4월에는 일반 학생들까지 참가한 경기도지사대회 중등부 자유형 100뻍에서 2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7월 장애인 수영부문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돼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 자유형 50뻍와 100뻍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아버지의 말에 “다음달 충남 천안종합운동장 등에서 열리는 제23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꼭 1등을 할 것”이라는 진호의 화답이 김씨 부부에겐 더없이 소중한 ‘5월의 선물’이다.

[국민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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