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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기감추는날 |  | |
| 나는 초등학교 때 쓴 일기를 갖고 있지 않다. 한 번은 친구가 썼다는 초등학교 시절일기를 함께 읽어보고서, 그 때 그 사실이 아쉬웠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일기장은 중학교 때부터. 그 일기장의 첫 장에도 써있듯이 나만의 일기장이 생긴다는 것에 설레이며 일기장을 골랐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기는 ´나만의 일기´가 아니었으니까. 엄마의 일기장, 선생님의 일기장이었으니까. 누군가가 검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솔직한 나의 심정을, 나의 이야기를 다 담아둘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일기 쓰기 최우수상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령대에 올라가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하게되는 황홀한 경험을 하고 나서 그 이후로 열심히 일기를 쓰려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 때의 일기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건 내 일기장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일기라는 것이 그렇다. 정말 내 마음을 드러내기가 여간 껄끄럽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썼다가, 엄마는 다른 내용을 쓰라고 하셨던 기억, 친구의 시험 답안을 쓴 이야기는 선생님께 혼날까봐 쓰지 못했던 기억들이 나에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기는 하루일과를 돌아보는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지 못한다. 결국 일기 쓰기는 하기 싫은, 지겨운 숙제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의 어릴 적, 일기에 대한 생각을 나게 해주던 이야기. 나도 그러한데, 실제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로 공감할 이야기. 하지만, 지난 실습을 나가서 아이들의 일기를 담임선생님 대신에 검사를 하면서, 나는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일기니까, 그들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는 거니까 하고 말이다. 왜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을 못했을까? 과연 그 일기에는 100% 진실이, 아이들이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까? 아이러니다. 나 어릴 적에는 솔직하게 일기를 쓰지 않았으면서,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런 아이들의 일기를 다 믿으려고 하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와 더 친해지려고 열심히 일기를 써오는 아이도 있었고, 엄마가 많이 손을 봐준 듯한 일기를 가져온 아이, 내가 일기 꼭 써오라고 당부를 해도 죽어라 안 써오던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펼쳐보고, 선생님께 검사 받는 일기란 어떤 의미인지, 그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자신의 일기를 보고 이것저것 간섭하는 엄마,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인데 일기 쓰기를 강요하시는 선생님. 그 속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고민과 갈등이 실제적으로 느껴지도록 표현되어있다. 그러한 아이의 심리묘사 못지 않게 나타난 것이 또한 어른들의 모습들이다. 아들의 부당한 이야기를 듣고 일기를 통해 고자질하라고 하거나 남편과 싸운 것을 일기를 통해 선생님이 아는 것이 부끄러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인 동민이가 엄마의 당부나, 선생님 가르침을 따른 행동이 아닌, 자기 만의 방법을 택한 마지막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소심할 것 만 같았던 아이의 당돌한 편지. ▶며칠 동안 일기는 못 씁니다. 왜냐 하면 비밀이거든요. 조금만 말씀 드리자면, 엄마가 아직도 슬프기 때문이에요. 이런 건 일기가 아니다 하시면 계속 계속 문 잠그는 아이가 될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일기에 대한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그를 통해 앞으로 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일기 지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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